▲ Ernst Zimmerman, 「Christ and the Pharisees」 ⓒGetty Images

사랑하라는 것은 마치 예수를 대표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예수 자신이 직접 사랑하라고 말한 것은 요한복음에만 나옵니다. 나머지 세 복음서에서 예수는 계명을 빌어 간접적으로만 그에 대해 말합니다. 누가복음에서는 그 말조차 질문자의 입을 통해 나오게 합니다.

위의 질문은 율법사가 예수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것이 시험삼아 묻는 것이라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누가복음 10장의 대화가 이를 잘 알려줍니다. 이미 유대 사람들은 하나님의 계명들을 모두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 두 계명 아래 묶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예수는 그것을 새삼 가르치고 강조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것들이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가에 더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어떤 선한 일을 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냐고 묻는 사람에게 예수는 계명들을 지키라고 하며 십계명 일부와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을 제시하지만, 다 지켰다고 하는 그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고 하며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라고 합니다. 이것은 그 모든 계명 위의 새로운 계명이 아니라 이웃 사랑 계명의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예수는 직접 이 계명을 설명하지는 않지만 질문에 답으로 이웃 사랑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드러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와 관련하여 묻고자하는 것은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것이 왜 계명 곧 명령이냐는 것입니다. 물론 그 명령은 현실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주어졌을 것입니다.

그 계명이 나오는 레 19장에 나오는 계명들을 보면 사람들 사이에 조롱, 멸시, 증오, 차별, 원한. 배제 등이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현실은 자연적인 상태의 사람에게 사랑이 그다지  크지 않음을 알려줍니다. 사람은 본래 다른 것, 모르는 것, 먼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고, 이것이 불쌍히 여기고 배려하고 연대하는 마음보다 더 크게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사랑의 범위는 자기 팔 안에 국한되기 일쑤이고, 따라서 그 밖으로 넓혀지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사랑하라는 명령은 이 때문에 주어집니다. 사랑의 경계를 넓히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경계가 없어질 때까지 넓히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 사랑의 중심을 나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옮기라고 합니다(눅 10,25-37).

자연 상태의 사람에게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 그리스도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쉬울까요? 아니면 루터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믿음은 이미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요한복음은 사랑하라는 것을 새계명이라고 하며, 이것을 지키는 것이 곧 실천하는 것이 예수를 사랑하고 예수 안에 있을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합니다.

사랑하라는 것은 여전히 명령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고, 새로운 피조물이면 그 안에 그리스도가 사신다는 고백이 사랑의 경계를 그리스도가 하는 만큼 넓힐 수 있다면, 그 명령은 이미 실현된 것이기에 더 이상 명령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믿음과 동시에 그리스도가 그 안에서 산다고 실천적으로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실천적 현실 때문에 그 명령은 여전히 유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가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또 다른 표지는 정욕과 탐심을 육체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은 것(갈 5,24)임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렇습니다. 그것은 정욕과 탐심이 사랑에 의해 온전히 극복된 상태일 것입니다.

사랑이 그리스도 안에 머물게 하는 길입니다. 이것이 사랑하라는 명령의 이유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어 사랑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은 즉각 그렇게 할 수 있든 아니든 명령의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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