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으로 덮어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살 수 있었다. ⓒWikipedia

♣

하나님의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우리의 삶을 가지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것입니다. 바로 그게 하나님을 섬기는 일입니다.

출애굽기를 보면 그렇게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제사장들이 맡아서 합니다. 이 일은 아무나 맡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사장들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하나님과 인간을 매개하는 사람입니다. 인간에게 하나님의 뜻을 일러줘야 하고, 하나님께 인간의 사정을 아뢰어야 됩니다. 그래서 아무나 쉽게 제사장으로 임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사장은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서 특별한 일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하나님 앞에서 부족한 인간의 모습을 솔직하게 말하면 됩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없이 그대로 받들면 됩니다. 제사장은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특별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을 선택하십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은혜로 말이죠.

그래서 제사장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말씀을 당신들에게 전해주니까 내가 뭐라도 된 양 으스대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을 등에 업고 하나님의 권위와 하나님의 능력을 자기 것인 양 사람들 앞에 나서면 안 됩니다. 그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일에 순종하는 것이 제사장의 일입니다.

제사장은 그래서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거 없이 똑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나를 선택하셔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도록 특별하게 구별하셨다.’ 이 마음이 제사장의 참됨을 결정합니다.

♣

출애굽 시대에 아론과 그의 자손들이 제사장이었다면 오늘날의 제사장들은 누굽니까? 신학 공부를 하고 목회자가 되어서 강단에 선 사람이 제사장입니까? 아닙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하나님의 자녀 된 모든 이들이 제사장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께 선택받은 사람들이 제사장입니다.

거룩한 옷을 허락받고 구원 받은 사람, 하나님 앞에 나올 수 있는 사람, 하나님께 내 사정을 아뢸 수 있는 사람, 하나님께서 일러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사람. 그 들은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제사장인 것입니다. 오늘날 이 땅에 수많은 그리스도인들 바로 우리가 오늘날의 제사장입니다. 제사장은 직업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제사장은 내 마음속에 받은 소명입니다.

우리 모두는 제사장의 일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결단하고,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알리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자고 권유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강권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산 나의 삶의 모습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교회에 나와 예배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예배본다’라거나 ‘예배드린다’고 말하곤 합니다. 물론 ‘예배보다’의 ‘보다’가 ‘구경하듯이 바라본다’는 의미에 국한되지는 않을 겁니다. ‘예배드린다’의 ‘드린다’도 ‘무언가 물건 등을 건네준다’는 의미에 한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제사장의 소명과 관련해서, ‘예배한다’라는 표현이 올바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순서 맡은 이들이 진행하는 예식을 회중석에 앉아서 구경하듯 보는 것도 참된 예배가 아닐 것이며, 하나님께 선물이라도 하듯 무언가를 건네드리는 것도 참된 예배가 아닐 것입니다. 예배는 다만 하나님 앞에 제사장 되어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것일 것입니다. 나의 사정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사정까지도 다 짊어지고 와서 하나님 앞에 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선포해 주시는 말씀을 듣고 나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배는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

그래서 예배에 오기 전에, 내가 제사장으로써 하나님 앞에 아름답게 설 수 있는가 준비하고 나와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짊어지고 하나님 앞에 서려 하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나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오늘 말씀이 바로 그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준비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이 예복을 갖춰 입는 것입니다. 예복의 가장 큰 역할은 인간을 가리는 것입니다. ‘나’를 가리는 것입니다. 감추는 것과는 다릅니다. 감추는 것은 있는 것을 없는 척하며 속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리는 것은 나에게 잘못이 있는 것들과 떳떳하지 못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인정하고 고백하지만, 그러한 일들로 인해 정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잘못이 있고 부족함이 있고 못난 것이 있지만, 그 못난 것들일랑 예복으로 잠깐 가리으고 하나님 앞에 서는 것입니다. 죄가 있음에도 없는 것처럼 여겨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예복이 의미하는 뜻입니다.

속옷을 입고 겉옷을 입고 띠를 띠고 관을 씁니다. 거룩한 패를 붙입니다. 머리에 기름도 부어 바릅니다. 그렇게 육신의 죄를 가리고, 행위의 잘못을 가리고, 마음속에 더러움을 가립니다. 영혼의 비뚤어진 것을 가리고, 욕심과 욕망을 가립니다. 나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모든 것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다만 부끄럽기에 잠시 가려 놓는 것입니다.

가려서 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 영혼의 양심은 결코 한순간도 나의 부족함과 나의 잘못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내 본 모습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더욱더 절실한 것이죠.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마음가짐이 바로 이 잊지 않는 마음입니다. 그것이 예복을 입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입혀주신 예복을 입고서야 겨우 살 수 있다는 것을 한 순간도 잊어선 안 됩니다.

이 예복으로 인해서 우리는 죽음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예복으로 인해서 영원한 구원으로 인도받았습니다. 이 예복으로 인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우리가 지금 이런 삶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께서 거룩한 예복으로 우리의 모든 죄를 가려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능력과 우리 스스로의 노력같은 것들은 따지고 보면 아무 의미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 예복을 입기 전에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목욕을 합니다. 몸을 씻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면 스스로 하는 목욕이 아닙니다. 새번역 성경은 ‘목욕을 하게 한다’고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히브리어원어에 가깝게 번역하자면 ‘물로 그들을 씻겨라’는 말씀입니다. 목욕을 하게 하라는 말과 물로 씻기라는 말은 사뭇 다릅니다. 목욕을 하게 하라는 것은 ‘당신이 스스로 씻고 오세요’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씻습니까? 자기 스스로 씻습니다. 내가 나의 몸을 씻습니다. 그러나 말씀이 의미하는 바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들을 씻기라’는 것입니다. 스스로 알아서 씻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씻겨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깨끗해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비누로 샤워하고 샴푸한다고 해도, 인위적인 향내가 날 수는 있겠습니다만, 우리의 존재의 더러움은 결코 씻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손길에 의해서만 우리는 깨끗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복을 입기 전에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스스로 씻고 오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손길에 의해 씻겨져야만 합니다.

고린도전서의 말씀을 보면 바울은 이렇게 권면합니다. “여러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으로 씻겨지고 거룩하게 되었고 의롭다함을 받았습니다.” 고린도전서 6장 11절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씻겨주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거룩하게 해 주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의롭다고 인정해주시는 것입니다. 그것 말고는 우리는 결코 씻음받을 수 없습니다.

♣

우리가 뭐라고 거룩함을 덧입을 수 있나요? 우리가 뭐라고 하나님 앞에 의롭다함을 인정받을 수 있나요? 우리의 힘으로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은혜인 것입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못나고 별 볼 일 없습니다. 하나님이 구원의 점수를 매기신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낙제점일 것입니다. 구원받을 만한 점수라기보다는 하나님께 심판받고 지옥불에 떨어질 점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부족하고 못나고 별 볼 일 없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거룩한 옷으로 덧입혀 주시고, 가려주시고, 그럼에도 의롭다고, 그럼에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그럼에도 너는 나의 자녀라고, 그럼에도 너희는 이 땅에 거룩한 사람들이라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을 온전히 하나님 앞으로 구원으로 인도할 나의 일꾼이라고, 하나님은 그렇게 우리를 인정해 주십니다.

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됩니까? 대체 어떻게 살아야 되나요? 다만 거룩하게 해주신 대로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거룩해진 대로 살아야 합니다. 이 예복에는 하나님의 소망이 담겨져 있습니다. 결코 없어지지 않을 잘못과 부족함이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을 에복으로 가리고서, 이제는 하나님의 씻김으로 거룩해져 살아가라는 하나님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범죄하고 끊임없이 주님을 배반하지만, 주님께서는 우리를 끊임없이 계속 씻어주시면서 계속 가려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마음속 깊이 기도하십니다. ‘언제쯤 내 아들이 내 딸이 내가 씻겨줄 일 없게 거룩하게 살까? 내가 다시는 씻겨 줄 일 없게 의롭게 살까?’ 하나님께서 사랑의 눈물을 흘리시면서 우리를 계속 씻겨주고 계십니다.

출애굽한 백성들이 누굽니까? 그 옛날 몇 천 년 전의 광야의 사람들 뿐입니까? 아닙니다. 오늘 우리 모두가 출애굽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고 이제 새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아무 공로 없이 거룩함을 입은 사람들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구원함을 입은 사람들입니다. 의롭다함을 인정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매우 엄중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시고, 그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성령으로 힘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조건이며 우리의 인생에 가장 큰 도전입니다.

우리 한 번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봅시다. 거룩한 예복을 입고서, 은혜로서 가려주신 우리의 부족함을 절대 잊지 않고서, 항상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묵상하고 기도하고, 그렇게 알게 된 하나님의 뜻을 마음에 새기고 조금씩 아름답게 실천해 나가는 이 땅의 제사장들이 되어 봅시다.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없으니 항상 주님 앞에 나와 기도합시다. 우리의 능력으로 할 수 없으니 항상 주님께 아룁시다 그러면 주님께서 우리를 다시 씻겨주시고 다시 덧입혀 주시고 성령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리라고 확신합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