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뉴레프트 운동이 한참이던 당시 이 운동을 이끌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헤르베르트 마르쿠제가 한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Getty Images

‘뉴라이트 운동’, 이는 비단 한국 사회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한국 보다 앞서 많은 국가에서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운동이 전개되어 왔다. 조금 우스운 말이지만 사회가 겪어야 하는 진통과도 같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과 가장 유사한 과정을 경험한 국가는 어디였을까? 이는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을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을, 한국 뉴라이트 운동에 대한 다수의 평가에 따라, 좌파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한다면 가장 유사했던 것은 독일의 뉴라이트 운동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독일의 뉴라이트 운동이 한창이었던 1960년대 말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즉 독일에서 그 힘을 얻고 있었던 뉴레프트 운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독일의 뉴라이트 운동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고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연이어 등장하며 이른바 진보 세력의 집권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이었고, 이후 이명박 정권에서 그 영향력은 정점에 달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집권 2년차가 되면서 다시 뉴라이트 진영의 인사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독도 문제를 이미 일본 정부에게 양보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어느 학자는 윤석열을 친일 인사로 규정하기도 했다.

다시 이야기를 돌려 이명박 정권이 이전 진보 정부에 대한 반작용으로 뉴라이트 운동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맞다면 이는 단순히 반작용이 아니라 진보 세력 전체가 어떤 반성을 해야 하는 면이 존재한다는 뜻도 된다. 마치 독일의 뉴라이트 운동이 뉴레트프 운동에 대한 반작용이었듯이 말이다. 이는 동족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을 바꾸기 원했던 뉴레프트 운동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고 독일의 뉴라이트 운동을 생각해 보게 된다. 먼저 독일의 뉴레프트 운동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독일의 뉴레프트 운동은 1960년대에 두드러지게 등장한 정치적, 사회적 운동으로, 전통적인 좌파 이념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사회적 이슈를 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운동은 1960년대의 전 세계적인 시위와 문화적 변화의 물결과 깊이 얽혀 있으며, 특히 1968년의 사건들이 그 궤적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독일의 뉴레프트는 여러 주요 논쟁과 이념적 변화를 통해 그 선배들과 동시대의 다른 운동들과 차별화되었다.

독일의 뉴레프트는 사회적, 정치적 격변이 심화된 시기에 등장했다. 전후 경제 호황은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기존 정치 구조가 불평등을 지속시키고 긴급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뉴레프트 운동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의 실패와 기존 사회주의 정당의 관료적 성격에 대한 반응으로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복잡성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독일 뉴레프트 운동 내의 중심 논쟁 중 하나는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이었다.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오랫동안 좌파 사상을 지배해 왔지만, 뉴레프트는 그것이 현대 사회의 뉘앙스를 다루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가 경제 결정론과 계급 투쟁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성별, 인종, 환경 문제와 같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억압을 간과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비판은 다양한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통찰을 통합하는 보다 다원적인 접근으로 이어졌다.

독일 뉴레프트 운동 좌파 정치에 관련된 이슈를 확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구좌파가 주로 노동과 경제 문제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뉴레프트는 다양한 사회 운동을 포용했다. 여기에는 여성 운동, 환경 운동, 시민권 투쟁이 포함되었다.

독일 뉴레프트 운동의 정의적 특징 중 하나는 반권위주의적 입장이었다. 이는 소비에트식 사회주의에서 관찰된 권위주의적 경향과 서구 자본주의 사회 내의 계층적 구조에 대한 반응이었다. 뉴레프트 운동은 분권화된 형태의 조직과 참여 민주주의를 옹호하며, 풀뿌리 운동과 직접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반권위주의적 정신은 전통적인 리더십 역할을 피하고 집단적 의사 결정 과정을 선호하는 그들의 조직 구조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독일 뉴레프트 운동은 또한 사회 변화를 이루는 수단으로서 문화적 변혁에 강한 중점을 두었다. 그들은 문화적 규범과 가치가 정치적, 경제적 구조와 깊이 얽혀 있으며, 이러한 규범에 도전하는 것이 더 넓은 사회적 변혁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문화적 초점은 대안적인 생활 방식을 장려하고 예술과 미디어를 정치적 표현의 도구로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뉴레프트 운동은 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반전 운동을 촉진하며 국제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부분적으로 베트남 전쟁에 영향을 받아 반전 운동을 활성화하고 전 세계 투쟁의 상호 연결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뉴레프트의 반제국주의적 입장은 서구 외교 정책을 비판하며, 이들이 전 세계적 불평등과 억압을 지속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독일 뉴레프트 운동의 영향은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유산 모두에서 깊었다. 단기적으로, 둑일 뉴레프트 운동은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정치 담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활동가와 지식인 세대에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현상 유지에 도전하고 정치적 논쟁에서 이전에 소외되었던 이슈에 주목하게 했다.

장기적으로, 독일 뉴레프트 운동의 유산은 그들이 옹호했던 많은 이슈의 지속적인 중요성에서 볼 수 있다. 환경주의, 페미니즘, 반인종주의는 여전히 현대 진보 정치의 중심에 있으며, 뉴레프트의 교차성에 대한 강조는 현대 사회 정의 운동의 기초 개념이 되었다. 또한, 뉴레프트의 전통적 정치 구조에 대한 비판은 민주주의의 본질과 사회 변화를 위한 풀뿌리 운동의 역할에 대한 지속적인 논쟁에 영향을 미쳤다.

거북스러운 뉴레프트에 저항한 독일의 뉴라이트 운동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독일의 뉴라이트 운동은 뉴레프트 운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정치적 흐름으로, 현대 독일의 정치 및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뉴라이트 운동은 1970년대 초반 ‘악치온 노이에 레흐테(Aktion Neue Rechte)’와 같은 조직이 설립되며 전면에 부상했다. 이들은 프랑스의 누벨 드로이트와 유사한 이념을 공유했다.

여기서 잠깐 독일 뉴라이트 운동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프랑스판 뉴라이트 운동인 누벨 드로이트에 대해 살펴보자. 누벨 드로이트(Nouvelle Droite, 신우파)는 196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된 극우 정치 및 지적 운동이다. 이 운동은 주로 프랑스 지식인들에 의해 발전되었으며, 알랭 드 브누아(Alain de Benoist)가 가장 두드러진 인물 중 하나이다.

누벨 드로이트는 처음에는 학생들로 구성된 반동적 그룹으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유럽의 급진적 우익 정치에 대한 이론적 및 이념적 지지를 제공하는 보다 세련된 지적 운동으로 발전했다. 누벨 드로이트는 특히 GRECE(Groupement de Recherche et d'Études pour la Civilisation Européenne)라는 싱크탱크와 관련된 지적 서클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그룹은 “메타정치적” 전략을 통해 현대성과 탈현대성을 도전하고자 했으며, 이는 직접적인 정치적 참여보다는 문화적 참여에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누벨 드로이트의 중심 개념 중 하나는 에스노플루랄리즘으로, 이는 서로 다른 민족 및 문화 집단이 별개의 지리적 및 정치적 공간에서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개념은 다문화주의에 반대하며, 평등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의 일환이다.

누벨 드로이트는 즉각적인 정치 권력을 추구하기보다는 사회적 가치와 규범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문화적 헤게모니를 달성하고자 했다. 이 전략은 개인주의를 거부하고 집단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공동체주의적이고 유기적 세계관을 홍보하는 것을 포함한다. 누벨 드로이트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사상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정체성 운동(Identitarian Movement)과 일부 대안 우파를 포함한 다양한 우익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누벨 드로이트에게 강향 영향을 받은 독일의 뉴라이트 운동은 나치 전통과 거리를 두고, 보다 지적인 접근을 통해 자신들을 전통적 극우와 차별화하려 했다. 이들은 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도, 기존의 인종적 우월주의보다는 문화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누벨 드로이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또한 독일 뉴라이트 운동은 문화적 헤게모니를 목표로 삼아, 직접적인 정치 참여보다는 문화적 영향력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 했다. 이들은 미디어, 학계, 출판계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으며, 이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독일 뉴라이트 운동은 세계화와 다문화주의에 반대하며, 독일의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독일의 문화와 가치를 수호하려 했으며, 이는 현대 독일 사회에서의 반이민 정서와 결합되었다.

이렇게 영향력을 확대하던 독일 뉴라이트 운동은 1989년 독일 통일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통일 이후, 독일 사회에서는 민족주의와 극우 정서가 다시 부상했으며, 이는 뉴라이트 운동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다. 특히,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같은 정당의 부상은 뉴라이트의 이념이 정치적 주류로 자리 잡는데 기여했다.

그렇지만 두 운동은 닮아 있었다

앞서 서술한 것들을 통해 이미 드러난 것이지만, 독일의 뉴레프트 운동과 뉴라이트 운동의 차이점과 유사점은 무엇일까. 뉴라이트와 뉴레프트는 모두 기존의 질서를 타파하고자 했지만, 그 목표와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였다. 뉴레프트는 인간 평등과 해방을 추구한 반면, 뉴라이트는 엘리트주의와 민족주의를 강조했다. 뉴레프트는 국제주의와 다문화주의를 옹호하며,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반면 뉴라이트는 민족적 정체성과 인종적 순수성을 강조하며, 다문화주의와 이민자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뉴라이트와 뉴레프트는 외견상 몇 가지 유사점을 보였다. 두 운동 모두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사회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졌다. 뉴레프트가 기존의 자본주의 질서와 권위주의에 반대했다면, 뉴라이트는 기존의 민주주의 질서와 다원주의에 반대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의 질서를 타파하고자 했다.

또한 뉴라이트와 뉴레프트는 모두 대중 동원을 중요시했다. 뉴레프트는 대중 시위와 행동주의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냈고, 뉴라이트는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념을 확산시키려 했다. 이들은 모두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선동과 퍼포먼스를 적극 활용했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 했다. 이러한 점에서 뉴라이트와 뉴레프트는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지만, 그 목표와 지향점은 전혀 달랐던 것이다.

왜 뉴라이트 운동들은 역사를 바꾸려고 하나

독일과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은 모두 기존의 정치적 흐름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다. 독일의 뉴라이트는 1960년대의 신좌파에 대한 반발로 형성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의 뉴라이트는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정치적 사상을 제시하며 등장했다.

두 운동 모두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다. 독일의 뉴라이트는 독일의 역사적 죄책감을 비판하며 역사적 수정주의를 추구하고, 한국의 뉴라이트는 일제강점기를 근대화의 시기로 보는 역사관을 지니고 있다. 현재 윤석열 정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면이 바로 역사수정주의이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이 한국의 진보 집권에 대한 반작용이었다면, 진보 진영이 반성해야 할 점은 없을까. 어느 사회학자의 평가처럼 단순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해도 될까. 어느 역사학자의 주장처럼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실수일까. 아니면 하나로 치환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층이 존재하는 것일까.

자꾸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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