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라스무스 연구소가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신학과 철학의 자리와 역할을 재조명하며 현대 사회에서의 적합성을 찾기 위해 시도했다. ⓒ장성호

‘인문학&신학 연구소 에라스무스’가 20일 오후 2시부터 감신대 웨슬리채플 1세미나실에서 “신 죽음 시대 신학과 철학은 무엇을?”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에라스무스 연구소와 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회, 감리교신학대학교 과학화신학연구소 공동으로 주최해 신학과 철학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경환 에라스무스 연구소 공동대표는 컨퍼런스를 시작하며 “기독교 인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구축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해 이번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컨퍼런스 1부에서는 “신 죽음의 시대, 철학은 무엇을?”이라는 주제 아래 칸트와 니체의 철학을 비교하고 신유물론을 통해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제기 에라스무스 공동대표는 니체가 칸트를 비판했지만, “칸트의 도덕적 고통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니체 역시 공유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지하 연구원은 “니체의 칸트 비판이 그리스도교의 자기 비판적 성찰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평가하며, 하지만 “신의 무기력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1부 두 번째 발표에서 백우인 박사과정생(인하대)은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을 통해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청소년의 자율성과 주체성 확립을 위한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강기명 선생은 ANT 이론의 ‘두터운 서술’ 방법론을 통해 자살 문제에 대한 다층적 분석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컨퍼런스 2부에서는 “신 죽음의 시대, 신학은 무엇을?”이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비종교화된 기독교의 가능성과 정치신학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먼저 김광현 감신대 교수는 본회퍼의 ‘비종교적 기독교’ 개념을 바디우의 진리철학을 통해 해석하며, “무신론적 그리스도인의 존재가 진리의 도래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베세진 연구원은 “바디우의 진리철학이 기독교적 진리를 보편적 진리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2부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최경환 대표는 클레이톤 크로켓의 정치신학이 “자본주의와 에너지 위기를 다루지만, 본래 정치신학의 역할을 상실했다.”고 비판하며, “인류세 시대의 정치신학은 종말론적 사유를 통해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창기 연구원은 이에 대해 “적대적 정치만이 정치신학의 역할은 아니며, 일상에서의 작은 분쟁과 협의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하는 신학을 기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합토론에서는 비종교적 기독교와 비종교적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질문이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참석자들은 본회퍼의 개념을 더 발전시키고 비종교적 기독교의 구체적인 모습을 탐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에라스무스 연구소는 성경과 다양한 교회 전통을 존중하며 인문학 및 인문학적 신학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단체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신 죽음 시대에도 신학과 철학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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