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 고흐의 의자> (1888. 12, 캔버스에 유채, 91.8×73cm, 내셔널갤러리, 런던)

의자는 사람이 걸터앉을 수 있게 만든 가구이다.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의자가 있다. 격에 맞는 옷을 입듯 분수에 맞는 의자에 앉을 때 사람은 아름답다. 간혹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보좌에 앉아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을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앉을 자리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유유자적하여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그루터기조차도 고마워하는 이들도 있다. 절로 닮고 싶어진다.

빈센트에게 의자란 어떤 의미일까? 열일곱 살 때 첫 직장 구필화랑의 일은 그에게 천직이었을까? 헤이그에서 런던으로, 그리고 파리로 이어지는 화상의 길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후 잠시 기숙학교 보조교사와 서점 점원을 하였다. 그리고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하지만 목사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보리나주 탄광촌의 전도사였다.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그의 나이 스물일곱 살 때인 1880년이다. 결심한다고 다 되는 일은 없다.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빈센트이기에 화가의 길은 여느 길 못지않게 벅찼다. 그러나 빈센트는 그 길을 오롯이 걸었다.

1888년 봄, 빈센트는 아를에 정착하면서 꿈을 꾸었다. 예술가 공동체를 꾸리는 일이었다. 세상은 인정하지 않지만 그의 독특한 예술 세계가 무섭도록 펼쳐지는 무렵이었다. 빈센트는 아를의 노란 집에서 고갱이 오기를 학수고대하였다. 마침내 고갱이 10월 23일에 왔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머문 시간은 두 달에 불과하였다. 그들은 상대의 서로 다른 예술 세계를 수용하는 듯 하기도 하였지만, 격한 논쟁에 휩쌓일 때가 더 많았다. 결국 빈센트는 자신의 귀를 절단하였고 고갱은 아를을 떠났다. 두 화가의 우정은 깨졌고 빈센트의 정신병도 도졌다. 우정을 잇기란 쉽지 않다.

빈센트의 작품에는 의자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인물을 그릴 때는 더 그렇다. 화가의 길을 결심한 초기의 작품 <바느질하는 여인과 고양이>(1881)는 물론 <감자 먹는 사람들>(1886), <책을 든 마담 지누>(1888), <영원의 문에서>(1890) 등에서 보듯 의자는 삶에 지친 인생에게 잠시라도 안정을 유지하게 하는 도구이다. 의자는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깊은 생각에 이르게 한다.

고갱이 떠나기 전 빈센트는 고갱이 앉았던 의자를 그리려고 하였다. 구별의 존재감과 부재의 상실감 사이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가 그린 노란 색 의자는 옹이가 보일 정도로 소박하다. 의자의 다리는 캔버스의 한쪽 끝에 닿을 정도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표현한 듯 하다. 의자 위에 있는 담뱃대가 화가의 고독을 짐작하게 한다. 누구나 앉을 수 있지만 아무나 앉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듯 하다. 그래서 <반 고흐의 의자>는 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최광열(기독교미술연구소 연구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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