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사랑은 무한한 책임이 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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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는 아름다운 순간만 있지 않습니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고, 기쁜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습니다. 내가 잘 할 때도 있고, 당연히 내가 잘못할 때도 있습니다. 실수할 때도 있고,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거꾸로 내가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그런 일들이 사소한 일이라면 당사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통해서 원만하게 해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큰일이거나 혹은 의견 차이가 심해지면, 원만한 해결이 힘들어집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법과 제도의 도움을 받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출애굽기의 율법도 바로 그런 법과 제도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책임과 의무에 대한 것들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때렸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거나, 심지어 극단적으로 누군가를 죽였거나. 사람이 아니라 재산에 피해를 입힌 경우, 소나 양을 다치게 했을 때, 밭이나 포도원의 열매를 상하게 했을 때… 이런 모든 경우들에 있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율법이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고 어디부턴 내 책임이 아닌지를 정해줍니다.

어떤 사람의 소가 이웃 사람의 소를 받아서 죽게 하면, 살아 있는 소는 팔아서 그 돈을 나누어 가지고, 죽은 소는 고기를 나누어 가지면 됩니다. 우리 하나님은 참 영리하십니다. 그뿐입니까? 그 소에게 원래부터 받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임자가 단속하지 않았으면, 살아 있는 소로 제대로 배상하고, 잘못한 소 임자는 죽은 소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하나님은 참 꼼꼼하고 세심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진짜로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책임져야 한다는 말씀 속에 깃들어 있는 하나님의 근본적인 관심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냐? 저럴 때 어떻게 하냐?’ 사전 찾아보듯이 성경을 찾아서 ‘하나님이 이렇게 하라고 그랬어. 소가 소를 들이받았을 때는 이렇게 하고, 구덩이에 빠졌을 땐 이렇게 하라고 그랬어.’ 백과사전처럼 법전처럼 율법을 사용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우리 행동에 책임져야 된다는 것입니다. 나의 행동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내 종이 한 일도 책임져야 합니다. 내 아이가 한 일도 책임져야 합니다. 내 소가 한 일도 책임져야 합니다.

책임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책임의 범위, 책임의 방법 등 여러방면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배상만 하면 되나요? 돈으로 물어주면 끝입니까? 어디까지 책임져야 되나요? 얼마만큼 다쳤나요? 물질적으로 배상해 주면 다 책임진 건가요? 그리고 책임져 주려고 했는데 서로 간에 의견 차이가 심해서 합의가 안 되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바로 여기가 우리의 고민의 지점이에요.

하나님 우리에게 책임지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책임의 범위, 책임의 한계, 책임의 방법, 그 모든 것들을 우리가 다 세세하게 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며 일일이 하나님 앞에 다 물어 보아야 되나요? 묻는다고 답은 있습니까? 율법이 그런 모든 경우를 다 세세하게 정의해 주고 있습니까? 하나님이 율법을 정해주신 이유는 서로 원만하게 해결하기 힘드니까 이럴 때는 이렇게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해라 하신 것이 아닙니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성경은 사실관계만 전달하는 글이 아닙니다. 뉴스나 신문 기사가 아닙니다. 백과사전이나 법전처럼 찾아보는 책이 아닙니다. 소설도 아니고, 감상문도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말씀 건네시는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일러주시는 통로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인도하시려는 하나님의 목적으로 가득 차 있는 책입니다. 하나님의 생각 하나님의 마음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편지이고, 우리에게 던지는 하나님의 질문입니다.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당신들은 살아가면서 서로 간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서로서로 책임지시겠습니까?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그렇게 책임만 지면 다 해결될까요? 그렇게 책임지는 일로 다 잘 끝났습니까? 그렇게 만족합니까? 소 값 받으면 되고, 다친 것 치료비 받으면 됩니까? 내 가족이 죽으면 복수하면 됩니까? 그걸로 끝났습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된 책임이 뭡니까? 진실된 책임을 뭐라고 생각합니까? 어떻게 해야 진짜로 책임져 줄 수 있을까요? 생각해 봅시다.’

책임의 문제, 보상의 문제, 배상의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주시면서, 하나님께서 진짜로 우리에게 하시는 질문은 책임의 문제를 깊이 고민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 고민의 해답을 하나님이 기뻐하실 수 있는지 더 깊이 고민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 고민의 결과에 따라서 하나님 앞에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는지 고민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모든 율법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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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우리는 고민해 봐야죠. 우리는 어디까지 책임져 줘야 될까요? 나 자신을 책임져야죠. 나 자신만 책임집니까? 내 아이들 책임져야죠. 내가 보호자니까요. 내 가족 내가 책임져야죠. 내 이웃도 내가 책임져야죠.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소유물도 책임져야죠.

행동만 책임집니까? 예수님께서 뭐라고 하셨나요? 마음속으로 생각만 해도 범죄한 것이라고 말씀하시잖아요. 내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내 감정도 책임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과거도 책임져야 하고, 지금 살고 있는 나의 현재의 모습도 책임져야 합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나의 미래도 책임져야 합니다.

어떻게 책임지면 됩니까? 돈으로 책임지면 됩니까? 물질로 보상하면 끝입니까? 마음의 감정, 행복과 기쁨, 그런 건 어떻게 책임지겠습니까?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은 어떻게 책임지겠습니까? 어떻게든 책임졌다고 칩시다. 책임지고 배상하고 보상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책임지고 보상한 것으로 모든 것이 다 회복됩니까?

마음의 상처, 감정의 상처, 신뢰의 상처, 관계의 상처… 이런 것들이 우리 안에 다 남습니다. 책임지고 보상한다고 해서 다 회복될까요? 아무리 보상해줘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이미 저질러 버린 우리의 행위는 재주껏 책임진다고 해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바로 여기가 우리 고민의 종착지입니다. ‘책임져라. 너희의 삶에 다 책임을 져 봐라. 어떻게 책임질 건지 생각해 봐라.’ 그래서 생각해 봤더니, ‘아, 책임에서 끝나는 게 아니구나. 이것은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느냐의 문제구나!’ 하는 성찰에 다다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책임의 문제 보상의 문제를 문제 제기하신 것은, 바로 회복을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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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생겨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는 예전의 모든 것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방법으로 어떻게 해 보아도 결코 회복시킬 수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복음의 자리가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어떻게 하면 회복시킬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온전히 책임져 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온전히 보상해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 앞에서, 다시 회복될 수 없는 우리의 변화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아름다운 방향으로 새롭게 삶을 인도해 갈 것이냐를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앞에서, 마음 중심에 복음을 가지고 새로운 길로 걸어갈 수 있겠느냐? 우리의 삶을 어디를 향해 가도록 결정하겠느냐? 하나님의 질문은 결국 이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우리가 알아서 책임지고 보상하고 배상하면 끝나는 인간의 일이 아니라, 새하늘 새 땅을 향해 우리가 걸어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요 기회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의 본질과 근본을 제대로 성찰하고 고민하면, 우리의 잘못된 행동마저도 하나님의 나라를 우리의 삶에서 실현할 수 있는 하나님이 주신 기회로 변화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의 복음이 내 삶에서 실현되는 기회가 펼쳐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이 이 땅에 펼쳐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난주에 황금율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너도 이만큼 당해봐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너도 나와 똑같은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했습니다.

‘사랑으로 이해하고 참아주고 끄덕여 주고 토닥여 주고 안아주는 그런 순간이 있을 수 있겠느냐?’ 오늘 하나님께서는 책임의 문제로 시작해서, 복음의 문제로 넘어가십니다. ‘책임져! 보상해!’ 핏대를 올리면서 손가락질 할 법한 순간이, ‘힘들었지? 괜찮다! 마음고생 했어. 그래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지.’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는 사랑의 순간으로 변할 수있다는 것입니다. 책임의 순간을 복음의 순간으로 아름답게 만들 기회가 나에게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겠느냐고 물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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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렇게 보상하고 저럴 땐 저렇게 책임지고 하는 냉정하고 딱딱한 율법과 계명들이, 우리가 하나님의 복음 안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깊이깊이 고민하고 몸부림치다 보면, 따뜻하고 포근한 사랑의 계명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실현되는 순간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내가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성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율법의 완성이란 하나님이 적어주신 그대로 냉정하고 철두철미하게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율법의 완성은 바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롬13:10). 율법은 우리에게 공정함을 요구합니다. 냉정함을 요구하고, 회복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그 율법을 깊이 묵상하면 할수록 회복으로 시작해서 마침내 하나님의 복음을 성취하는 길로 우리를 인도해 간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복음의 길로 우리가 방향을 전환할 때, ‘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하면서 기뻐하십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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