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se de Ribera, 「Jacob’s Dream」 (1639) at the Museo del Prado, Madrid ⓒWikipedia

주일예배에 참여하신 한성교회 모든 성도님들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나 자신보다 나에게 더 가까이 계신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하늘의 크신 은혜와 평화 가득 내려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길 위에서 만난 하나님’이라는 주제로 말씀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풍부함에서 충만함으로’ 이런 제목으로 은혜 나누겠습니다.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듯이 하나님은 우리를 우상숭배로 점철된 삶으로부터 불러내셔서 참 하나님을 신뢰하고 참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으로 이끄십니다. 이렇게 말하면 한 가지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계실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문명이 지배하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우상숭배라는 말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말 아닌가?’ 물론 이 시대 사람들은 더 이상 구약성경에서 기술된 수준의 우상을 숭배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면, 가나안의 바알과 아세라신, 바벨론의 마르둑, 이집트의 라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 사람들이 우상숭배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 우상이 이념과 신념의 형태로 둔갑했을 뿐입니다. 바알신은 더 이상 숭배하지 않을지 몰라도 물질적 풍요는 여전히 숭배합니다. 그것을 보장해주는 유물주의, 과학주의, 과학기술만능주의, 자본주의 등을 신봉합니다. 유물주의는 말합니다. ‘눈으로 확인가능한 것만 실재하는 것이고, 모든 것은 결국 물질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주의는 말합니다. ‘과학적으로 입증가능한 것만이 진리다.’ 과학기술만능주의는 말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 이 사회를 낙원으로 이끈다.’ 자본주의는 말합니다. ‘우리의 모든 욕망은 결국 물질적 부에 달려 있다.’

성정모 교수는 ‘시장, 종교, 욕망’이라는 책에서 이 시대 수많은 사람들에게 진리처럼 통용되는 신념을 이렇게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모든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기술 발전을 통해 부를 무한정하게 축적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믿을 때, 과학기술을 최고로 발전시키는 사회체계가 낙원이며, 풍족한 삶을 위한 진정한 길이라고 믿게 된다.”

인간의 모든 욕구를 물질적 부로 만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 그 물질적 부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 사회를 낙원으로 바꿀 것이라는 생각, 물질적 풍부함이 곧 풍요로운 삶, 잘 사는 삶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무의식 저변에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생각들이, 이 신념들이 진실이고 진리입니까? 그것들은 과연 하나님처럼 떠받들고 고수해야 할 절대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는 것들입니까? 우리는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말함으로써 기독교 신앙의 길을 택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저 물질적으로 풍부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환경적으로 형통한 삶으로 이끄실 뿐입니까? 하나님은 우리를 어떤 삶으로 이끄십니까? 믿음의 눈으로 볼 때, 이 시대는 삶의 영적 차원을 간과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내면 세계를 너무 소홀히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시대는 땅에 속박된 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습니까? 믿음의 눈으로 볼 때, 우리는 그저 물질이 아니라 영 아닙니까? 생물이 아니라 생령 아닙니까? 우리에게는 물리적 환경만 있는 게 아니라 내면 세계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땅에 속박된 존재가 아니라 하늘을 품은 존재 아닙니까? 믿음의 눈으로 볼 때, 어떤 삶이 진정으로 잘 사는 삶입니까?

진정으로 잘 사는 삶,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에 관해 미로슬라브 볼프가 ‘세상에 생명을 주는 신학’에서 밝힌 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말을 응용해 표현하자면, 진정으로 잘 사는 삶,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은 영성적으로 충만하고, 일상적으로 풍요하며, 정서적으로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성적으로 충만하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삶의 모든 영역에 미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곧 하나님께 민감하게 깨어 있고, 하나님과의 사랑의 교제가 충분하며,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잘 분별하고 하나님의 이끄심에 온전히 순복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상적으로 풍요하다는 것은 주변 환경과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형통함과 풍요함을 의미합니다. 곧 좋은 환경과 상황에는 감사로 대응하며 충분히 기뻐하며 향유하고 나쁜 환경과 상황에는 기도로 대응하며 기꺼이 인내하며 성숙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서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행복과 평안이 기본 정서로 작용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적으로 반응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곧 내면의 주의력으로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지혜롭고 자비롭게 다루어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사랑과 평화로 이끄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 너머로 이끄십니다. 우리를 영성적으로 충만하고, 일상적으로 풍요하며, 정서적으로 건강한 삶으로 이끄십니다. 믿음은 물질적 풍부함만을 추구하는 삶에서 영적 충만함을 추구하는 삶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나님께 순복하는 행위입니다. 야곱은 이런 믿음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우리는 야곱의 이야기를 통해서 물질적 풍부함에서 영적 충만함으로 전환된 삶의 전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야곱은 이삭과 리브가 사이에서 형 에서와 함께 쌍둥이로 태어났습니다. 창세기 25장 27절은 에서를 사냥꾼으로, 야곱을 조용한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그 유명한 팥죽 사건(야곱은 팥죽 한 그릇으로 에서에게서 장자의 명분을 샀다)을 통해 나름 둘의 성격을 추론해 보자면, 에서는 외향적이고 감각적이며 감정적이고 충동적이며 자유분방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야곱은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생각이 많고 신중하며 계획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서를 보십시오. 배고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장자의 명분을 그렇게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동생에게 팔아 넘깁니다. 야곱을 보십시오. 에서가 사냥하다 지쳐 피고한 상태로 귀가하는 타이밍을 잘 맞춰서 떡과 팥죽을 준비해서 형에게 슬쩍 내밀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창세기 25장 27절이 야곱을 묘사할 때 조용하다라고 표현한 것은 속내가 복잡하고 생각이 많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정서적으로 접근해 보면, 야곱이 에서보다 감정적으로 맺힌 게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야곱은 자기 감정을 제때 제때 표현하는 타입이 아니라 자기 감정을 억압하고 억제하는 타입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대로 억압된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때로 왜곡된 행태로든 반드시 자기를 드러내는 법입니다. 야곱은 에서가 장자인 게 내심 못마땅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한 해라도 나중에 태어났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타이밍에 잉태되었고 같은 날 단발의 차이로 늦게 태어났을 뿐입니다.

분노와 억울함이 야곱의 내면에 깊게 자리잡았을 터입니다. 더욱이 야곱은 태생적으로 욕심도 많았습니다. 창세기 25장 26절을 보니, 야곱은 먼저 엄마 뱃속을 빠져나가는 에서의 발뒷꿈치를 잡았습니다. 욕심이 많은만큼 분노와 억울함도 깊었을 터입니다. 한 발 먼저 나왔다는 이유로 에서가 장자가 되고 자기가 아우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장자가 아닌 인생은 무가치하다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형과 아버지를 속여서라도 장자의 명분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장자가 아니라는 열등감이 야곱의 정서의 또 한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봐야겠지요. 야곱은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마음이라면 앞으로 뭘 손에 쥐더라도 행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행복은 정서적 건강함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정서적으로 맺힌 게 많긴 했지만 야곱은 영민했습니다. 에서와는 달리 장자가 갖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알았습니다. 자기 미래에 대한 치밀한 계획과 전략을 갖고 있었다고 보아야겠지요. 당시 장자의 권한을 가졌다는 것은 더 많은 재산을 물려받는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동시에 할아버지에게서 아버지에게로 이어진 믿음의 기업을 잇는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야곱은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아브라함, 아버지 이삭에게 임하셨던 하나님의 이야기, 할아버지, 아버지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약속에 관해 들어왔을 터입니다.

물론 에서도 들었겠지요. 다만 에서는 그저 흘겨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야곱은 그 믿음의 기업이 자기에게 계승되길 간절히 원했습니다. 물론 야곱은 하나님의 약속이 갖고 있는 영적 의미에 대해선 몰랐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저 자기 가문에 주어진 믿음의 기업을 잇는다는 게 자신에게 매우 명예로운 일이라 여겼을 뿐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만약 야곱이 하나님의 약속이 갖고 있는 영적 의미를 제대로 알았다면, 어리석게도 자기 꾀와 눈속임으로 에서에게서 장자의 명분을 빼앗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하나님의 약속의 계보를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터입니다. 사실 그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지요. 약속을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약속의 계보를 잇게 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신데 말입니다.

에서에게서 장자의 명분을 빼앗기 위해 갖은 술책을 썼던 동안 야곱에게 하나님은 그저 세속적 부와 종교적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야곱은 이렇게 그저 이땅의 풍요함에 속박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지도 하나님의 주권에 순종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욕망에 이끌려 행동했습니다. 장자의 권한에 집착했습니다. 결핍과 분노와 억울함과 열등감의 정서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야곱에게 하나님께서 임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불러내셨습니다. 진정으로 풍요한 삶으로 이끄셨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제까지 하나님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하나님이었을 뿐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자기 가문을 빛나게 해줄 하나의 레파토리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야곱은 하나님을 직접 만났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약속의 말씀을 직접 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먼저 보십시오. 야곱은 에서인 척 아버지를 속여 아버지의 축복기도마저 가로챘습니다. 에서는 분노와 증오심에 휩싸여 야곱을 죽여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것을 눈치챈 어머니 리브가가 야곱을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시키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리브가는 이삭에게 야곱의 혼사를 위해 그곳으로 보내야겠다 핑계를 댔고 이삭은 야곱에게 외삼촌 라반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라며 그를 그곳으로 보냈습니다.

집을 나서야 하는 야곱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물론 아버지 이삭은 야곱을 보내며 축복의 메시지를 건네 주었습니다. 창세기 28장 3-4절을 보십시오. “전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시어 네가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여 네가 여러 족속을 이루게 하시고 아브라함에게 허락하신 복을 네게 주시되 너와 너와 함께 네 자손에게도 주사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 곧 네가 거류하는 땅을 네가 차지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하지만 야곱에게 이 메시지가 들릴 리가 없습니다. 현실은 에서 형에게 죽임을 당할까 싶어 도망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야곱은 아버지의 말이 공허하게 들렸을 터입니다. 하나님과 직접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하면, 누군가 하나님에 관해 떠드는 말은 그저 남의 말에 불과할 뿐입니다. 야곱은 자기 욕심의 결과, 자기 꾀와 계략의 결과가 무로 돌아간 시점에 씁쓸하게 서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자기 뜻과 의지의 허무를 안고 길을 가던 중 야곱은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해가 저물어 주변에 있는 돌 하나를 취해 잠을 청했을 때입니다. 그는 예사롭지 않은 꿈을 꾸었습니다.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섰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아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사닥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에게서 전해들었던 약속의 말씀을 하나님에게서 직접 들었던 것입니다. 야곱은 잠에서 깨어 감격과 감탄으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창세기 28장 16-17절입니다.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두렵도다 이 곳이여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 

야곱의 이 고백을 통해 우리는 그가 깨닫게 된 영적 진실들을 헤아려 봅니다. 야곱은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닥다리를 보는 순간 자신이 그동안 땅에만 얽매어 있었음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땅이 있는 곳마다 엄연히 하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야곱은, 이땅에서의 삶은 그저 오롯이 내 몫이니 꾀를 쓰든 힘을 쓰든 어떻게든 이땅의 복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을 터입니다. 하나님이 이땅을 다스리시는 진짜 주인이었는데 말입니다.

야곱은, 이땅의 풍부함이 다 인줄 알았던 자신이 우습게 보였을 터입니다. 하늘과 통하는 삶이 진짜 풍요한 삶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어리석고 자기중심적이었던 자신을 하나님께서 택하시고 부르셨다는 사실에 엄청난 감격과 기쁨이 샘솟았을 것입니다. 아무 것도 내 손에 쥔 것이 없어도, 좌절과 허무에 직면해 있어도 하나님만은 나 있는 여기 이곳에 함께 계신다는 사실에 전율했을 터입니다. 눈을 들어 하나님을 바라보는 그 순간 이미 나는 하나님의 집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을 터입니다.

이것이 바로 야곱이 경험한 영적 충만함의 전형입니다. 야곱은 광야에 빈 몸으로 내적 공허 속에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임재하심의 은혜로 충만해져 다시 보니, 광야는 어느새 하나님의 집이 되었습니다. 분명 빈 몸인데, 함께 하시고 지키시는 하나님 때문에 든든했습니다. 내적 공허는 찬송과 감사와 기도로 가득찼습니다. 물론 분노, 억울함, 열등감 같은 것도 더 이상 힘쓸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창세기 28장 18절 이하를 보십시오. 야곱은 일찍 일어나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다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붓고 그곳 이름을 벧엘이라 명명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던 그 순간을 기념하고 향유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진정한 풍요는 하나님 체험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우리 일상의 풍요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경험의 깊이가 좌우합니다.

그리고 야곱은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창세기 28장 20-22절입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이 기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야곱의 삶의 방향과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야곱은 자기를 지키기 위해 하나님을 먼저 찾습니다. 떡을 먹어야 살고, 옷을 입어야 사는 것이지만, 떡도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주시고, 옷도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주십니다. 떡을 먹어야 살고, 옷을 입어야 살지만, 떡으로만 살 수 없고, 옷으로만 살 수도 없는 법입니다.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을 들어야 온전히 살고 제대로 사는 법입니다. 떡과 옷만을 의지하는 삶, 물질적 부유함만 의지하는 삶은 자기 자신을 그저 물질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취급하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영적 존재임을 인정한다면 영이신 하나님을 의지하며 사는 게 마땅한 일입니다.

야곱은 하나님께서 약속을 이루시는 분으로 고백합니다. 21절을 다시 보십시오. 내가 의지하는 하나님은 약속을 주실 뿐만 아니라 그 약속을 이루시는 분이라 고백한 것입니다. 성경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모든 약속은 반드시 성취됩니다. 우리가 당면해 있는 환경과 상황에 얽매어 있지 않고, 답답한 현실에 발목 잡히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환경과 처지를, 우리 현실을 달리볼 수 있는 힘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약속을 반드시 이루시는 분이시니, 하나님을 신뢰하는 우리의 미래는 그 생명과 풍요가 보장된 미래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를 신뢰하고 하나님께 소망을 두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과 우리를 가두는 모든 시간은 하나님의 미래에 걸맞는 존재로 우리를 다듬어가는 과정으로 승화됩니다.

야곱은 마지막으로 모든 면에서 하나님께 헌신하는 삶을 결단합니다. 22절을 다시 보십시오. 십일조를 드리는 행위는 하나님의 은혜에 힘입어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일들에 나 자신을 내어드리는 행위를 상징합니다.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은 하나님의 뜻을 마땅히 지향해야 할 내 삶의 목표로 삼고 그 목표에 허신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어떻게 하십니까? 당연히 그 헌신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 주십니다. 야곱의 생애가 그것을 말해줍니다. 영적 충만함은 얼마든지 하나님의 뜻을 따라 물질적 풍부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적 풍부함은 결코 영적 충만함을 불러올 수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을 넘어 영적으로 충만한 삶으로 부르받은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이 부르심에 응답하시길 소망합니다.

김현주 목사(한성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