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rbrand van den Eeckhout, 「Presentation of Christ in the Temple」 ⓒFrom Art in the Christian Tradition, a project of the Vanderbilt Divinity Library, Nashville, Tenn. Original source.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평안은 외적인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외적인 노력을 통해 불안하고 두렵게 만드는 상황이 해결되면 일시적으로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지만, 불안하고 두렵게 만드는 상황은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나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상황의 통제를 통해서는 결코 평안을 누릴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나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함으로써 평안을 얻고자 하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나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외부적인 일들에 손을 놓으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상황은 해결하려고 하되, ‘이 일만 해결되면 내가 살 것 같네.’와 같은 평안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일을 성도로서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와 같은 성도로서 ‘깨어있는 삶’을 위해 해야 합니다. 우리가 누리고자 하는 평안은 이미 주어졌습니다. 나와 함께 하시는 분이 누구신지, 내 삶을 인도하고 계신 분이 누구신지를 늘 상기할 수 있는 성도가 되셔서 평안 누리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난 선교주일에 다양한 선교적 과제가 우리 교단과 남한 최북단에 있는 우리 교회에까지 주어졌지만, 이 과제를 먼저 나서서 나, 우리의 의지와 뜻대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선교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들이 찾아왔을 때 움직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다만, 그때를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열망’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 예수님처럼 살고 싶다는 열망,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으면 상황, 기회는 우리에게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함께 읽은 누가복음의 본문을 통해 이런 열망을 가진 우리가 ‘위로자’라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서로에게 이렇게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위로자입니다.”, “당신은 이 세상을 위로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두 명의 중요한 인물이 나옵니다. 첫 번째는 의롭고 경건하여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는 ‘시므온’이고, 두 번째는 아셀 지파 바누엘의 딸 ‘안나’라고 하는 선지자입니다.

이 두 인물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나이가 많은 이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시므온은 26절에 “그는 주님께서 세우신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아니할 것이라는 성령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었다.” 구절과 아기 예수를 만나고 난 뒤 29절에서 “주님, 이제 주님께서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이 종을 세상에서 평안히 떠나가게 해주십니다.”라는 고백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안나는 36절 하반부와 37절 전반부에서 “나이가 매우 많았더라 그가 결혼한 후 일곱 해 동안 남편과 함께 살다가 과부가 되고 팔십사 세가 되었더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므온의 나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시므온도 안나도 나이가 많음에도 이스라엘과 자신들의 위로자가 될 이를 기다리면서, 이를 선포하는 위로자가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이가 들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진심은 죽고 싶지 않고 더 살고 싶지만, ‘늙으면 죽어야지.’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스스로가 무가치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 말씀은 나이의 제한 없이 위로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이 결코, 작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오늘 본문만큼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진실한 위로자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진실한 위로자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기에 시므온과 안나의 두 번째 공통점이 나옵니다. 시므온은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의롭고 경건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안나도 37절 하반절에, “이 사람이 성전을 떠나지 아니하고 주야로 금식하며 기도함으로 섬기더니”라고 기록하듯 의롭고 경건한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의롭고 경건한 삶을 위해 시므온과 안나는 공부했고, 묵상했고, 실천했습니다. 무엇을 공부했습니까? 성경과 자신들에게 오실 그리스도를 공부하고, 묵상했습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성령>이라는 책을 보면, 책의 저자는 시므온을 성경 중에서도 특별히 이사야 연구에 정통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안고 했던 찬양, “30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31 이는 만민 앞에 예비하신 것이요 32 이방을 비추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니이다 하니” 이 누가복음 2:30-32의 말씀을 퍼즐 그림으로, 구절 하나하나를 퍼즐 조각으로 본다면, 이 퍼즐 조각이 이사야 40-55장의 토막이라고 말입니다.(1)

시므온의 찬양은 갑자기 나온 찬양이 아니며, 그의 끊임없는 성경의 연구와 묵상 끝에 나온 진액과 같은 표현입니다. 마치 참기름 한 병을 얻기 위해 그 수많은 시간과 정성, 제조과정을 거치듯 말입니다. 또한, 대표기도를 하시는 장로님, 권사님의 기도를 들어보면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시므온의 의로움과 경건은 끊임없이 성경을 읽고, 연구하고, 묵상한 결과로서 얻어진 칭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 생각대로 하며 얻어진 칭호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다 보니 얻게 된 칭호이기 때문입니다.

안나는 성전을 떠나지 않고 주야로 금식하며 기도함으로 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삶이 있었기에 시므온의 찬양을 듣고 아기 예수를 알아보았고, 예루살렘의 속량, 위로를 구하는 자들에게 그리스도에 대해 말할 수 있었습니다.

“38 마침 이 때에 나아와서 하나님께 감사하고 예루살렘의 속량을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그에 대하여 말하니라.”

제가 안나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안나가 위로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아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말했다는 표현에서입니다.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말씀을 알아야 하고, 특히 시므온처럼 이사야의 표현을 알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위로자는 좋은 마음을 가졌다고 해서 붙여지는 칭호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로 구원을 선포하는 자가 위로자입니다. 단순히 ‘잘 될 거야.’라거나 가만히 위로를 구하는 자의 말을 들어줌으로써 위로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로, 우리가 변할 수 있고 우리가 달라질 수 있음을 선포할 때 시므온과 안나와 같은 위로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위로는 말씀과 기도의 시간이 깊은 분에게서 더 진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위로자는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기도 속에서 위로를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자신의 경험과 지식 등을 바탕으로 위로를 전하지 않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므온과 안나의 공통점은 성령이 그 위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시므온의 경우는 성령의 감동으로 성전에 들어가 아기 예수를 만납니다. 또한 성령의 지시를 받았다고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안나에 관해서는 시므온처럼 성령이 임했는지, 성령의 지시를 받았는지 기록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기 예수를 보고 아기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믿고 그리스도에 관해 선포한 것에서 안나 역시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선포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성도도 시므온이나 안나와 같은 위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위로자라는 열망을 가지고 말씀과 기도라는 경건 생활에 충실할 때 성령을 통해 성도를 위로자로 사용하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위로자가 되어야겠다!’, ‘내가 그들을 위로하겠다!’라고 임의로 결정하고 행동하지 않습니다. 위로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 이 열망은 위로받아야 할 자에 대한 긍휼에서 옵니다. 이 열망을 가지고 말씀과 기도로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을 때 성령님은 우리를 위로자로 살아가도록 하십니다.

여기서 또 제 아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전화 연락이 오고, 만나자는 연락이 옵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공감해 주기를 바라고, 위로해 주기를 바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는 모습을 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다들 왜 그래?” 사실은 아내가 의도한 상황은 아닙니다. 내가 저 사람을 위로하고 싶다. 이 사람을 위로하고 싶다. 오히려 아내는 저 사람, 이 사람과 엮이기를 오히려 원치 않아 했습니다.

그런데 끝끝내 저 사람, 이 사람과 교제를 나누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제가 “당신의 그런 삶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이 삶이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는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위로자입니다. 단순히 좋은 말을 건네는 위로자가 아니라 말씀과 기도로 위로를 전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위로의 삶은 은퇴가 없습니다. 나를 통해 사람들과 세상을 위로하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시므온처럼 안나처럼 경험하게 되는 저와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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