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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첼 만(Rachel Man): 북 맨체스터에 기반을 둔 영국 성공회 사제이자 시인이며 작가이고 방송인이다. ⓒPaul Cooper/The Telegraph |
이 인터뷰 기사는 영국의 정평 있는 일간지 텔레그라프(The Telegraph)가 지난 1월 20일 온라인에게 게재한 것이다. 영국 성공회를 넘어 현대 교회가 지향해야 할 바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에 번역해 게재한다. 특히 성공회 내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에 대해 번역에 도움을 주신 NCCK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이자 대한성공회 광명교회 관할사제인 민숙희 사제께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한국 교회도 사회적 소수자이든 성소수자이든 안전하고 평등한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 번역자 주 |
“스스로 남자가 되는 모든 여자는 천국에 들어갈 것이다.” 영지주의 도마복음에서 예수가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레이첼 만(Rachel Mann)은 자신의 두 번째 시집 『Eleanor Among the Saints(성자들 사이의 엘레노어)』에서 질문하기 전에 인용한 구절이다: “그렇다면 / 자신을 여자로 만드는 남자는 무엇일까,/ 전제: 성기는 기도에 굴복하지 않는다,/ 증거: 주님도 아시다시피, 나는 시도했다”.
만은 자신의 탐구적이고 유쾌한 시가 “단순한 고해성사”로 읽힌다는 생각에 움찔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텍스트에 녹아 있다. 1970년 태어날 때 남성을 부여받은 그녀는 1993년부터 여성으로 살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중 ‘F-K CHRISTIANS’라고 적힌 포스터를 벽에 붙일 정도로 무신론자였던 그녀는 성별을 넘나드는 여정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두 가지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그녀는 2003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2005년 영국 성공회에서 안수를 받은 후 18년 동안 샐포드(Salford)와 볼튼(Bolton)에서 사역하다가 지난해 영국 성공회 최초의 트랜스젠더 총사제(archdeacon)(1)로 임명되었다. 그 동안 14권의 소설, 신학, 시집을 출간했고, 라디오 4의 ‘오늘의 생각(Thought for the Day)’과 라디오 2의 ‘생각의 쉼표(Pause for Thought)’에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종교 방송인으로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맨체스터에 있는 밝고 현대적인 책으로 장식된 사무실에서 밝게 웃는 만은 자신의 성직 목표(priestly goal)에 대해 “아무도 보지 않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지만, 모든 사람이 그녀의 교회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는 “소수자의 가시성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매주, 내 현실을 부정하고 지옥에 갈 것이라고 말하는 이메일”을 받으면서도 시를 통해 신앙과 트랜스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용감하게 계속 탐구하고 있다.
전 캔터베리 대주교(Archbishop)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는 그녀의 팬이라며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모든 시는 폭력과 슬픔, 희망, 포옹, 기적 등 변화하는 신체와 관련이 있다.” 그는 만이 다양한 형태의 전환과 변화를 다루는 “짜릿한 언어적 에너지와 정서적 미묘함”을 높이 평가했다.
2012년 출간된 회고록 『Dazzling Darkness(눈부신 어둠)』에서 만은 자신의 역사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초기 성 불쾌감의 고통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남성성의 ‘가면’을 유지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묘사했다. 남성이었던 그녀는 여성과 결혼해 학계에서 철학을 강의하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몸과의 진정한 화해와 진정한 ‘온전함’을 느끼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받는 동안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남성 성기”에 가한 ‘폭력’ 행위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화해가 폭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생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기독교 이야기의 핵심에 놓여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일종의 불편한 어둠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폭력을 외면하지 않는 길을 가셨고, 그 길은 폭력을 통한 파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죽음 속에서만 새생명으로 부활한다.”
90년대에 아내와 이혼하고 현재 독신으로 살고 있는 만은 이렇게 말한다: “2016년 런던에서 다른 트랜스 시인과 함께 한 낭독회에서 ‘성도들 사이의 엘레노어(Eleanor Among the Saints)’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트랜스 시인으로서 우리는 ‘트랜스 아카이브(trans archive)’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녀는 두 손바닥을 번쩍 치켜들며 그 질문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궁금해졌다: “어떤 아카이브가 있을까? 트랜스젠더 정체성의 역사는 무엇일까? 그러던 중 2018년 중세학자 데이지 블랙(Daisy Black) 박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 [14세기 베네치아의 트랜스젠더 성노동자이자 남색죄로 처형된] 롤란디나 론차이아(Rolandina Ronchaia)와 엘레노어 ‘존’ 라이케너(Eleanor ‘John’ Rykener) 같은 흥미로운 인물을 발굴한 ‘퀴어 중세 연구’에 대해 들었다...”라고 말했다.
만의 책을 통해 알게 된 엘레노어 라이케너는 14세기 재봉사이자 성노동자로, 최근 학계에서 중세 영국에 살았던 트랜스젠더의 한 사례로 주장하고 있다. 엘레노어의 존재에 대한 증거는 1394년 말 챕사이드(Cheapside)에서 전직 목사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체포된 후 런던 시장이 심문한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심문에서 엘레노어는 자신이 사제와 수녀 모두와 쾌락과 돈을 위해 성관계를 가졌으며, 존이라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여성들로부터 여성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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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첼 만의 두 번째 시집, 『Eleanor Among the Saints(신자들 사이의 엘레노어)』 (2024)와 만의 첫 번째 소설 『The Gospel of Eve(이브 복음서)』 (2021) ⓒThe Telegraph |
만은 “존/엘레노어 라이케너는 현대적 의미에서 트랜스젠더였을까? 그것은 과장된 느낌이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녀는 트랜스 연구를 통한 라이케너의 “비범한 부활”이 “신화화를 불러일으킨다”고 느꼈고, 그래서 이 시는 그녀를 역사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환생시켜 한때는 성녀 페르페투아(Perpetua, 로마 경기장에서 죽는 순간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바꾼 것으로 알려진 초대교회 순교자)와 함께, 나중에는 “16세 살해된 트랜스 소녀”의 몸으로 우리를 만나도록 초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소녀는 지난해 2월 공원에서 다른 두 아이에게 흉기에 찔려 사망한 워링턴(Warrington) 출신의 트랜스젠더 여학생 브리아나 게이(Brianna Ghey)를 모델로 삼은 것이 분명하다. 만은 “조작으로 진짜 슬픔에 죄를 짓지 않으려 했다. 나는 브리아나가 실제로 소중하고 사랑받는 인간이자 딸이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시는 독자들에게 게이의 살인을 증오 범죄로, “여러 번 살해당한” 한 인간으로 보도록 초대하는 시이다. 그러나 이 시는 해체된 소네트(sonnet)이기도 하며, 만은 [브리아나에 대한] 전통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형식을 이용함으로써 “그 안에 사랑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를 희망한다.
만은 연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을 기념하는 기업 행사에서 연설자가 전년도에 살해된 트랜스젠더의 이름을 낭독해 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 만은 지친 듯 고개를 저었다. “이름 목록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350개 정도의 이름이 있을 때가 많다. 실제 인구 중 트랜스젠더가 몇 퍼센트나 되는지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고 절망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은 “그저 그런” 단체에 휘둘리는 것에도 지쳐 있다. 그녀의 새 시 “#TDOR”에서 그녀는 자신을 초대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색한 언어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제발, 제발, 제발(Will you, would you, would you please)”로 시작하는 이 시는 “우리의 특권이다/ 우리가 여러분, 우리 커뮤니티를 돌본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며 “웹사이트에 있는 이름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열 명씩 묶어서”라고 말한다.
만은 “제가 반복을 가지고 노는 시의 좋은 예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언어가 멈추는 지점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듬거리며 반복되는 단어나 구절을 좋아한다. 심각한 성적 트라우마를 경험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것은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도 종종 고착에 빠지게 된다. 그때는 종종 위험, 위험, 일종의 폭력이 언어에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대화와 회고록에서 만은 자신의 삶과 신앙에 대해 수다스럽게 솔직하게 말하지만, 시에서는 목소리들의 전체 화음를 사용한다. 책의 그 페이지에서 하나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고 수년간 생각한 끝에, 그녀는 다양한 인물을 가정함으로써 더 큰 진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엘레노어의 여러 환생이 “나 자신의 다른 버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10대 때 배우를 하다가 나중에야 시를 쓰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제 시에는 연기의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또한 “진심이 시를 죽일 수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에 “많은 종교적 구절이 시로서 실패한다.”고 믿는다. 특정 윤리적 노선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이다. “시인으로서 나는 언어를 따라가며 가장자리를 밀고 나가고 싶다. 어떤 말을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다. 형식, 구조, 말장난에 대한 나의 사랑을 발견하고 싶다. 기쁨, 트라우마, 비극의 굴절…”
시인으로서 만은 단어의 유동성을 사랑하지만, 현대 퀴어 언어학에 관해서는 때때로 자신이 ‘공룡’처럼 느껴진다고 인정한다. 그녀는 성에 대해 보다 전통적인 이분법적 용어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도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1990년대에 성전환을 한 사람들에게는 더 큰 자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롤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창의력을 발휘해 스스로 해결해 나갔고 대중의 관심도 거의 없었다. 지금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 많아서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가톨릭 신자, 감리교 신자, 여호와의 증인 신자, 지역 모스크의 보수적인 신자 등이 섞여 있는 지역 여섯 번째 공동체를 방문했을 때, 그녀는 “이 똑똑하고 유능한 아이들이 모두 내게 내가 믿어야 할 것을 말해주기를 열망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제 일을 하려면 6일 창조설을 믿어야 하고, 진화론이 최고의 작업 가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제가 섹슈얼리티와 젠더에 대해 매우 폐쇄적인 견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16~17살 때 나도 아마 그들만큼 독단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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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첼 만은 “교회는 나의 모든 기이함과 특이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가 되기에 가장 좋은 장소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The Telegraph |
시를 통해 만은 교회에서 허용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얻게 된 건 아닐까? “그렇지 않다.”고 그녀는 말하며, “다양한 형태의 등록과 허가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녀가 시에 등장하는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만나면 “어머나!”라는 감탄사를 부드럽게 내뱉고, “공휴일에 차 한 잔을 마시며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을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이 요즘의 핫 데이트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등 철저히 대리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비밀스러운 로맨티스트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녀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가 훌륭한 결혼식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오, 나는 좋은 결혼식을 사랑한다.”고 그녀는 감탄했다.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평생 신실하게 살겠다는 약속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아름답고 특별한 일이다.”
하지만 동성애자인 그녀가 결혼을 원한다면 영국 교회에서 사제직을 유지할 수 없을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몇 년 전에 마음의 문제보다 커리어를 우선시하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그러니 내가 올바른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원한다면… 흠… 그렇다면 나는 안수를 받았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잠시 멈췄다. “나는 사제로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내 존재의 핵심이다. 하지만 사실 사랑은 정말 드물다, 그래서…” 그녀는 “동성 커플의 결혼식을 주례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하지만 내 평생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게 거래의 일부이다. 나는 선을 알고 있고 그 선을 지키고 있다.”
만이 원하는 동성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는 그녀의 회고록에서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영국교회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나치당에 가입하려는 유대인”처럼 보인다고 친구들이 말하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만은 이러한 모순과 화해했다. “종교인, 특히 나처럼 종교적 권위를 행사하는 사람들은 종종 위선자라는 비난을 받곤 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공적인 자리에서는 한 가지 말을 하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다른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사제님(Vicar), 당신은 위선자에요, 전 절대 교회에 안 갈 거예요’라고 말한다면 나의 대답은 ‘네, 저는 위선자이고 언제나 한 번 더 그럴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다, 영국 교회는 움직임이 느릴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하며 “하지만 때로는 엄청나게 급진적일 때도 있다.”고 덧붙인다. 결국 그들은 만을 임명했다. “그래서 교회는 나의 모든 기이함과 특이한 점을 가진 저에게 가장 좋은 곳이다.”라고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교회는 이상하고 기발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는 그 점을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만에게 그녀가 자기 교회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진흙탕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녀는 어깨를 으쓱한다. “하지만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녀라는 사실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그들에게 은혜의 상태를 열어두고 싶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의지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시집 『성도들 사이의 엘레노어』는 1월 25일에 출간된다(카르카넷).
미주 |
(1) Archdeacon(아치디컨)은 다양한 번역어가 존재하고 각 국가들의 성공회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영국에서 사용되는 용례에 따라 ‘총사제’로 번역했다. 총사제는 주교가 모든 지역을 관할할 수 없기 때문에 주교 대신 지역을 대리운영 하는 직책이다. |
헬렌 브라운(Helen Brown)/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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