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과 마시는 것’은 자주 음식을 즐기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이것은 문맥과 상관없는 자의적 해석에 가깝습니다. 이 말의 배후에는 유대교의 복잡한 음식규정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먹고 마실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이 말하는 대로 만물은 본래 깨끗하고 그 자체로 속된 것이 없습니다. 이를 속된 것과 깨끗한 것으로 나누는 것은 단지 시대적 필요에 따라 생긴 관습과 전통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를 억압과 통제와 배제의 도구로 사용하는데 있습니다. 자신에게서 멈추어야 할 것을 경계 너머의 다른 사람에게 강제하려고 합니다.

바울은 이런 행위를 가리켜 주께서 대속하신 형제를 자신의 그 규정으로 망하게 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위와 같이 말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경계와 모든 담들이 허물어지고 화해가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 나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음식 규정같은 관습을 이유로 경계를 만들고 차별하고 정죄하려 한다면, 스스로 그 나라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셈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세상의 그러한 규정에 얽매일 수 없고 그러한 관습에 의해 규정되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성령의 활동 없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닙니다. 성령은 우리를 서로 올바른 관계에 있게 하고 우리 사이에 평화를 세우며 서로가 서로를 기뻐하게 합니다. 이것들이 하나님 나라의 중요한 특징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령의 활동은 우리의 인식능력 밖에 있지만 이러한 지표들이 있을 때 우리는 역으로 성령의 활동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표들에서 우리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선취하고 예감할 수 있습니다. 이 지표들의 실현에 기여하지 못하는 종교적 관습이나 또는 규정, 종교적 권위나 지식, 종교적 실천이나 의식은 일말의 의미도 가치도 없습니다.

성령의 활동에 힘입어 억압과 강제, 차별과 폭력, 상처와 슬픔을 낳는 일체의 편견과 권위와 권력을 부술 때 바른 관계(~‘의’), 평화, 기쁨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볼 것입니다.

성령의 도움이 우리 가운데 바른 관계, 평화, 기쁨으로 실현되는 오늘이기를. 부조리로 이끄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와지고 너에게서 기쁨을 얻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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