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츠가 하나님 나라를 사회주의와 동일시했거나 혼동했으며, 동시에 신적인 것을 세상적인 것과 혼합했다는 변증법적 신학의 비판은 라가츠의 예언자적 사상에 대한 오해와 그의 하나님 나라와 그의 정의를 위한 정치적 사회적 투쟁에 대한 피상적 판단에 근거한다. 왜냐하면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는 최종적으로 “사회주의 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1) 라가츠는 절대로 정치를 통해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 사회주의 보다 우세

하나님 나라는 정당과 동일시되지 않으며, 또한 세상 나라와 혼동되지도 않는다. 라가츠는 사회적 변혁과 경제적 해방이 하나님 나라를 가져온다고 결코 주장하지 않는다. 사회 운동은 단지 시대의 표징이며 현 기독교인들에 대한 하나님의 부름일 뿐이지 하나님 나라와 동일시되지 않는다.(2)

우리는 여기서 라가츠가 사회민주당에 입당하게 된 동기를 이해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는, 이미 말한 것처럼, 종교적-사회적 메시지이다. 사회주의에서 사회적 메시지의 선포는 하나님 나라의 진리의 양극성 가운데 한 극을 형성한다. 라가츠가 하나님 나라의 사회적 메시지를, 다르게 표현하면, 그리스도의 진리의 출현을 사회주의 운동과 사회주의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사회민주당의 결점과 단점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민주당에 입당했다.(3)

라가츠는 자서전적 저술에서 사회민주당에 입당을 프롤레타리아트와의 연대성과 죄의 연대성의 표징으로 또한 그리스도의 제자직의 길로 확증한다. 그는 사회민주주의적 프롤레타리아트의 기독교적-부르주아적 세계와의 관계를 세리와 죄인의 바리세인과의 관계와, 또한 그의 사회민주당에 입당을 예수의 죄인과 세리에게 가심과 비교한다. 그러므로 그의 사회민주당에 입당은 정치 정당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트와의 연대성이었다.

▲ 레온하르트 라가츠

또한 라가츠는 사람들이 프롤레타리아트에게 책임을 전가했던 것을 사회의 죄, 우선적으로 기독교와 교회의 죄로 이해한다.(4) 따라서 라가츠의 사회민주주의적 고백은 죄의 연대성을 포함한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제자직의 길이었다.

그러나 라가츠는 사회주의의 사회적 메시지를 하나님 나라의 온전한 진리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 나라 진리의 일부분일 뿐이다.

하나님 나라는 사회민주당보다 한없이 더 크며, 순수한 사회주의보다 더 우세하다.

하나님 나라는 이 점에서 사회주의와 완전히 분리된다. 그러나 이 분리는 진리의 한 측면이다. 하나님 나라와 사회주의의 완전한 분리는 그들을 재빨리 일치시키기를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옳지 않다. 왜냐하면 온전한 사회주의는 사회적 메시지로서 하나님 나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라가츠는 여기서 물론 일정한 경제적·정치적으로 각인된 현대 사회주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됨과 인간의 형제됨 즉 하나님 나라의 사회적 메시지를 선포하는 종교적 사회주의와 성서적 사랑의 공산주의를 생각한다. 사회주의는 하나님 나라의 사회적 메시지로서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사회주의는 단지 세상에서 도래를 준비하는 더 큰 종류의 도래하는 운동의 선구자이다. 이 운동은 사회주의 보다 더 크다. 그러나 이 운동은 그의 파도 속에 그의 승리를 담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위한 선취적 투쟁이다. 따라서 사회주의는 하나님 나라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하나님 나라의 양극성의 한 극으로 하나님 나라에 포함된다.

일치의 과제

기독교와 사회주의는 하나님 나라에 함께 속해 있다. 그들은 한 고리의 두 반쪽이다. 하나님 나라는 양쪽을 포함한다. 하나님 나라는 정의가 거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가져온다. 이 두 부분 진리의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온전한 진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종교적 메시지와 사회주의의 사회적 메시지는 하나님 나라의 양극성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개체와 전체, 개인의 구원과 세상의 구원, 영혼의 구원과 사회의 구원은 온전한 하나님 나라의 진리에 함께 속한다. 세상을 위한 하나님 나라는 가장 큰 내면성 또는 완전한 영성주의와 모든 내면적인 것이 외면적이 되어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완전한 외면성 또는 거룩한 물질주의이다.(8) 하나님 나라는 내세의 희망이며, 동시에 현세의 희망이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은사로서 선물이며, 과제로서 인간에 대한 요구이다. 하나님 나라는 초세상성과 세상성이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온전한 진리이다.

라가츠는 기독교와 사회주의의 일치를, 다르게 표현하면, 하나님 나라의 파괴된 진리를 다시 결합시키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 기독교의 과제는 하나님 나라의 잊어버린 사회적 메시지를 이해하도록 배우는 것이다. 기독교는 먼저 전 사회적 문제를 종교적 문제의 일부분으로 지각해야만 한다.

기독교는 그 다음 메시아주의적 메시지를 그의 선포의 일부분으로 만들어야만 하며, 가난한 자들과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을 위한 나라의 메시지와 자본주의, 군국주의, 이기주의, 폭력 신앙, 세상의 전 사회적 무신성에 대한 투쟁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것은 기독교가 정당으로서 사회주의를 공적으로 고백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의가 거하는 그의 사회주의를 즉 새 땅의 사회주의를 관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가츠는 이 기독교의 과제를 그리스도의 제자직이라고 부른다.(10)

사회주의는 기독교와는 정반대로 하나님 나라의 종교적 진리, 즉 새 하늘을 이해하는 것을 배워야 할 큰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토대를 새롭게 숙고해야만 한다. 사회주의는 새 땅에 대한 희망이 그에 상응한 신앙 속에서 그 근거와 의미를 얻는다는 것을 통찰해야만 한다. 그것은 사회주의가 종교적인 것에 대한 저 피상적인 부정적 입장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가 종교와 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주의는 무신론자의 의미가 아니라 초월적 진리의 의미에서 종교와 기독교를 비판해야 한다. 라가츠는 그와 함께 사회주의적 노동자들이 교회를 다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가 합심하여 살아 있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가츠는 진리의 일치를 나타내야 할 기독교와 사회주의의 과제를 다음과 같은 말로 형식화한다.

완전한 혁명과 새로운 종교 개혁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그 혁명은 물론 피와 폭력을 통해서 일어날 수 없다. 그것은 영에 의해서 일어나며, 우리의 세상을 공격하는 하나님의 혁명이어야 한다. 그리고 “종교 개혁은 16세기 종교 개혁을 계승해야만 할 것이다. 그 당시에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선포되었고, 관철되었다. 오늘날에는 형제에 관한 메시지가 첨부되어야 하고, 관철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물론 그 혁명을 스스로 할 수 없다. 하나님이 그것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준비할 수 있다.”(13)

라가츠는 두 진리의 일치를 특별히 버밍함과 스톡홀롬에서 개최된 에큐메니칼 운동, 스위스의 반군국주의적 목사 연맹, 간디의 운동 또한 중국과 일본의 사회 운동이 보증한다고 보았다.(14)

기독교와 사회주의의 일치를 위한 노력은 사회주의의 기독교화 또는 기독교의 사회주의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독교와 사회주의의 일치는 혁명의 과정에서 해방의 역사적 제안의 총체적 현실화를 위한 마르크스주의자들과 기독교인들의 “전술적 동맹”과(15) “출애굽의 종교와 나라의 종교”의(16) 일치가 아니다. 그 일치는 하나님 나라의 진리의 양극성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인간되심에 기초한다. 그 일치는 기독교인과 마르크스주의자 사이에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종교적-사회적 혁명, 즉 하나님의 세계 혁명을 지향한다.(17)

류장현 교수(한신대 신학부/조직신학)  jen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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