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반도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영국의 지정학자 해퍼드 매킨더(Halford Mackinder)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에 대해 적대적인 지정학적 개념을 사용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한반도는 해양세력인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진출로가 되고 러시아나 중국이 해양으로 진출하려는 진출로가 되기 때문에 조선반도는 이 두 세력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일어 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인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미 이런 특수한 지정학적 요소 때문에 두 번에 걸친 전쟁이 조선반도를 사이에 두고 일어 났다. 1894-1895년 까지 진행된 청, 일 전쟁과 1904년-1905년까지 진행된 러·일 전쟁이 조선의 지배권을 두고 두 세력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다. 두 세력 사이에서 한반도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두 세력의 진출로인 한반도는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일본은 두 전쟁에서 승리하고 배상금을 통해 힘을 키웠고 대륙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었으며 러·일 전쟁승리의 징후가 보이자 해양 세력인 미국과 극동의 지배권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1905년 7월 29일에 일본의 내각총리 대신이자 임시 외무대신이었던 가쓰라 다소(桂太郞)와 미국의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사이에 비밀협약을 한다. 가스라- 테프트 각서(Taft- Katsura Memorandum)이다. 이 밀약에 의해 미국은 필리핀을 통치하고 미국은 일본이 조선반도에 대한 지배적 지위를 인정하게 된다. 해양세력인 미국과 영국과 일본은 동맹관계를 통해 극동의 평화를 유지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상은 아시아의 지배권을 놓고 서로 배분하기에 이른다.

조선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은 일본은 1905년 11월17일 을사조약으로 대한재국의 외교권을 빼앗아 보호국으로 전락시키고, 1910년 8월29일에는 일본영토에 강제 합병 시키면서 식민지배를 정당화 했다. 이후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우며 아시아지배를 꿈꾸었고 세계대전의 중심국가로 나서게 된다.

일본이 1945년 8월15일 항복을 선언하기 까지 한반도는 일본의 강점 하에 말로 다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미국에게 패망하면서 한반도는 미국의 영향하에 들어가게 된다.

세계 강대국들이 대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한반도는 끝나지 않은 전쟁을 겪어야 했다.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대리전쟁터가 되었고 동서 냉전의 대리전쟁으로 인해 결국 분단체제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반도의 분단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세계대전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단순히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고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평화와 직결되어 있다. 한반도의 분단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세계가 갈등과 분쟁 속에 있을 수 있고 평화로운 지형으로 변할 수 있다.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세계평화라는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반도의 문제는 세계와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1. 한반도의 정세

1950년 한반도에서 일어난 국제대리전쟁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을 맺음으로 일단 전쟁의 휴식기에 들어가게 된다. 전쟁의 휴식기는 65년간 지속되고 있다.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 현재 한반도의 모습이다.

155마일 휴전선을 중심으로 중화기와 중무장한 군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는 남한은 한, 미 동맹의 단단한 끈으로 묶여 있다. 단순히 남과 북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전쟁당사국이었던 미국과 대치하고 아직도 끝나지 않는 전쟁상태에서 긴장을 야기시키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가 지난 2016년 7월 18 일부터 30일까지 LA, 시카고, 인디아나폴리스, 워싱톤에서 “평화조약체결을 위한 미국횡단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지난해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집중으로 전쟁 직전까지 갔었다.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디뎠다.

한반도의 정세는 올 해 들어 급반전을 이루었다. 핵 무력완성을 선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무력을 완성하고 경제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는 긴장과 불안한 가운데서 평화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었다. 북한의 지도층들이 대거 평창올림픽에 참여하게 되고 올림픽 기간 동안에 서로 신뢰를 구축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이루게 되었다.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이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평화체제를 만들기로 하는 약속을 담았다. 남·북의 정상회담 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냄으로서 분단체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 냈다. 북한은 체제보장을 통해 경제적인 부흥을 이루기를 원하고 있고 미국은 핵문제를 해결하여 미국에 대한 위협수단을 해체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 판문점 정상화담을 통해서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시험대에 놓여 있다.

앞에서 말한 대로 한반도의 문제는 단순히 남과 북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열강(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들과 지정학적인 깊은 관련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주변 열강들과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느냐에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은 지금 보이지 않는 세력다툼을 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또는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갈등관계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옛 지위를 확보하려 움직이고 있고, 일본 역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모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 한반도 주변 열강들이 결코 평화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한반도를 고리로 주변 열강들이 평화체제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2. 평화조약의 필요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88선언을 통해 평화협정을 주장했다. 그동안 줄기차게 평화협정 운동을 해왔다. 그 이유는 평화협정을 통해 전쟁 없는 한반도가 가능하고 평화협정을 통해 분단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부산에서 열렸다.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세계교회가 평화조약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세계교회의 도움으로 이번 3차에 걸쳐 평화조약 캠페인을 진행 중에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그리고 지금 아시아지역,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평화조약 캠페인을 진행할 때는 한반도 상황이 매우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평화조약을 모두가 말하고 있다. 이제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더불어 평화조약이 체결되면 분쟁의 중심지인 한반도는 평화의 진원지가 된다. 한반도 평화의 근원을 중심으로 이제 동북아사아의 모습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동맹체제에서 다자안보시대, 공동안보시대로 국제관계를 재구성 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위협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구조,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로서 안보프레임이 재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안보 프레임을 넘어 평화 프레임으로 재구성 할 수 있다. 안보가 단순히 군사안보 차원을 넘어 인간안보, 생태안보, 더 나아가  우리 인류의 위협인 기후변화와 다 차원의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는 공동의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와다 하루끼(和田 春樹)가 말한 동북아시아 공동의집이 현실화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조약은 공동의 집을 지을 설계도와 같은 것이다. 공동안보를 기초로 하는 협력의 틀과 공동의 집을 평화조약을 통해 어떻게 지을 것인가가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우리의 상상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때이다. 평화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함께 만들어 가고 더불어 세워가는 것이다.

나핵집 목사(NCCK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  y935323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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