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사회구조적 모순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위한 <목회자, 세상을 만나다> 두 번째 이야기가 지난 26일(월) 오후3시 이제홀에서 진행됐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상반기에 이어 ‘우파적 감성시대에 평화를 욕망해 본다’는 주제로 이번 목회자 학교를 열었다.

▲ 26일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상임의장 정금교 목사)는 목회자학교 '목회자, 세상과 만나다'를 진행했다. ⓒ에큐메니안

먼저 장의준(파이데이아 홍릉 시민대학원) 박사는 체제의 구조가 유연해짐으로써 무의식적으로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채, 체제유지 및 체제 재생산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평화에 대한 욕망 자체가 좌파적이라면 좌파적 욕망도 우파적 감성에 속할 수 있다.”며 “주체란 곧, 이데올로기에 의해 부름 받는다. 결국 자율적인 주체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규정받고 봉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체제 구조가 보다 유연해 짐으로써 갈등을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체제를 강화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견해에서 장 박사는 한국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과잉 관심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에서 대중은 저항, 정치적 이념을 오락거리로 소비하고 있으며, 아도르노에 의하면, 이념적 유흥은 곧 체제에 대한 동의를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오락을 통한 저항, 저항의 대리만족을 통해서 체제에 길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힘과 권력이 펼쳐질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장의 자본을 독점하고 있는 지배권력의 규칙에 탈취하고자 하는 저항세력들도 순응하고 있다. 지배하는 자들의 규칙을 뒤집어 엎지 않는 이상 지배권을 탈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장 박사는 “한국사회에서 희망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들, 박탈당한 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라며, “그들의 불행한 삶 자체가 유토피아, 혁명의 피상성을 나태내고 있다”고 제기했다.

▲ 발제에 참여한 장의준, 정경일, 김희헌 박사(오른쪽부터). ⓒ에큐메니안

두 번째 발제로 김희헌(성공회대 연구교수) 박사는 화이트 헤드의 문명론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통일 운동이 새로운 시각으로 전환될 것을 제시했다.

그는 독일 통일, 노태우 정권의 북방외교, 이회창의 총풍사건 등을 언급하며, “현실은 법칙에 의해 생성, 소멸되는 코스모적 세계라기보다는 카오스적 세계”라고 지적했다. 과거의 통일운동은 선과 악에 대한 평가, 원칙 속에서 담론이나 사건을 만들어 갔다면, 복잡하고 중층적인 이해를 가진 오늘의 현실을 보다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미학적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화이트 헤드의 ‘문명론’을 소개했다. 그에 의하면, 문명을 진리, 아름다움, 예술, 모험, 평화 등 다섯 가지 요소로 본 대한 화이트 헤드의 사상이 카오스적인 현실의 통일운동에 새로운 진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화’에서 화이트 헤드는 “평화는 훌륭한 행위가 사물의 본질에 숨겨져 있다는 신뢰를 끊임없이 품고 있는 정신의 질을 말한다”며, “평화는 파괴적인 격동을 진정시키며, 문명을 완성하는 ‘조화의 조화’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사회적 영성, 관점보다는 관계

마지막 발제자 정경일 박사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진단 속에서 사회적 영성의 자세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다.

그는 “3포 세대에서 시작해 지금은 ‘헬조선’이라는 표현은 한국사회가 생존의 개인화라는 가장 극단적인 상태에 와있는 것 같다”고 진단하며, 이에 반해 “(이전보다) 저항은 더 많아졌지만 단체나 집단에 속한 것이 아니라 개인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황과 주체의 악화 속에서 신자유주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보편적-지구적인 악령의 종교로 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예언자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할 것인가? 정 박사는 어떤 목소리를 내는가 하는 관점의 문제보다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사회로부터 적대의 대상이 됐다. 더 안타까운 것은 교회로부터 배제된다는 점”이라며, 세월호 유가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서 관계를 맺는 다면 어떤 관점을 갖게 될까?”하고 반문했다.

그에 의하면, 예언자도 정의에 대한 어떤 기준이나 이상을 가지고 활동한 것이 아니라 불의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파적 입장이 앞서게 되다 보면 분열하게 되고, 각자도생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의에서 출발한다면 수많은 정의들이 충돌한다. 하지만 불의에 대한 인식은 보수나 진보적인 사람을 통해 행동을 이끌어 낸다”며, 이를 해방신학자 ‘에드워드 스킬러벡스’의 ‘부정적 대조경험’으로 설명했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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