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이옥희 선교사)

한국 사람들이 심상치가 않다. 뭔가에 홀려 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그 홀림의 중심에 돈이 있다. 사람들의 표현은 재산 증식, 은퇴 준비, 웰빙 라이프, 주식, 투자, 보험, 연금, 은퇴 후 취업, 정규직, 비정규직, 은행이자, 등등으로 다 다르지만 결국은 돈이 그 중심에 있다.

어떤 증권회사 선전을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다. 투자에 성공한 사람이 신이 나서 계속 춤을 추는 광고였다. 투자 성공이 인생의 전부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광고였다. 또한 어떤 광고에서는 아이가 아버지 옆에서 앉아서 아버지에게 교육 보험 가입 여부를 묻는 등등의 질문을 반말로 묻는다. 맨 마지막에는 아이가 은퇴연금을 묻고 “아니”라고 대답하는 아버지에게 “ 그런 것은 미리미리 준비해야지.”라고 꾸짖는 식으로 끝나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광고인데 사람들은 전혀 문제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광고주와 광고를 만든 사람들과 시청자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나만 광고를 문제 삼는 것 별난 사람인 것 같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불편하다.

한국의 소위 말하는 신시가지들은 늘어선 고층빌딩으로 위엄이 있고 부유하게 보인다. 번듯하고 화려하고 멋지다. 깨끗하고 편리하며 편안한 위락시설들과 식당, 커피숍, 마트들이 있고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연중 끊이지 않아 사람들의 눈과 귀가 행복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사는 환경과 조건들, 먹고 마시는 먹거리들, 입고 보는 모든 것들이 단군이래로 최고, 최대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신시가지들은 멋지고 풍성하다.

그러나 부자는 부자대로, 중산층은 중산층대로, 살림이 어려운 사람들은 어려운 대로 쫒기고 있고 쪼들려 있다. 교회도, 마트도, 회사도, 식당도, 대학교도, 종교단체들도, 복지단체들도 부족함에 시달리며 불안에 찌들려 있다. 어디를 가든지 불황이라고 위기라고 아우성을 친다. 겉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개인도, 기업도, 단체도 저마다 크고 작은 채무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층 아파트, 고급 외제차들, 은퇴 연금과 보험들, 환상의 해외여행, 스마트 폰을 빚으로 산다. 빚을 권하는 사회! 빚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빚도 재산이고 능력이라고 말하며 빚으로 무엇이든지 사고 난 뒤에는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 일에 정신을 쏟는 것이 오늘 우리 한국인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으려고 용을 쓰다 보니 아파트가 감옥이 되고 고급 승용차가 족쇄가 되어 돈에 홀릴 수밖에 없다. 돈에 미치게 되어 돈으로 선악을 판단하게 되고 돈으로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게 되고 돈이 신이고 사랑이며 진리라는 착각에 이르게 되었다.

돈 비즈니스가 목표일 수 없는 종교, 교육, 언론, 행정, 문화, 예술과 교회마저도 돈, 돈거리는 것을 보니 배금주의로부터 누구도 자유롭기 어려운 시대임이 분명하다.
돈의 필요와 가치, 효용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쉽게 빚을 쓸 수 있는 분위기 또 빚을 줄 수 있도록 씨스템을 만든 사회의 구조와 그 구조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간의 불안한 삶과 고통에 주목하며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생활 방식으로는 배금주의의 결과물인 생명경시, 자연파괴, 삶의 양극화, 인간소외의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 당분간 우리에게는 해결의 실마리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단순하게 살아야겠다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주기도문의 기도대로 일용할 양식을 감사하며 오병이어 기적으로 우리에게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탁의 기적을 손수 보여주신 주님을 따라 사노라면 십자가를 능히 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속했지만 단순한 마음과 삶으로 세상을 넘어 살아야겠다.

뉴델리에서 첸나이, 첸나이에서 안드라푸라데쉬주 시골마을로 내려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기아와 기근을 일상적으로 목격하였다.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살다가 거리에서 죽는 사람들, 달릿으로 태어나 천대와 차별, 빈곤과 기아 속에서 그런 삶을 운명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준 충격과 고통으로 함께 먹고 사는 세상을 대망하며 그들에게 빵을 주는 것이 나의 의무요, 소명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나는 빈손이었고 갓 인도에 도착한 새내기에 불과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인도 형제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하여 기도하였고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나 함께 먹고 마시는 식탁을 상상하였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내 눈 앞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굶주리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인도여성과 청년들에게 제빵기술 훈련을 시키기로 결심하였다.

오병이어를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보리 개떡 다섯 개와 붕어 두 마리”다. 이것은 왕궁이나 고대광실 사람들의 호화로운 식사가 아니고 고용된 어부들, 가난한 사람들, 날품팔이들, 노예들의 굶주림을 면키 위한  가장 흔하고 값이 싼 기본 먹거리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은 자신을 따라온 배고프고 지치고 피곤한 자들의 생존에 대한 배려요 사랑이었다. 예수님은 자신을 바라보는 무리들의 굶주림을 예민하게 느끼셨고 공감하시며아픈 마음으로 빵과 물고기를 빚으셨다. 그리고 끝내는 십자가에서 자신을 우리의 밥으로 내주셨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달릿 형제자매들과 함께 빵을 나누어 먹는 프로젝을 하고 싶었지만 나에게 그런 재정능력도 기술도 상황도 부여되지 않았다. 생각이 그저 그런 몽상으로 끝날 것 같았는데 제빵기술을 배우기 원하는 여성 지도자 두 명을 한국으로 보내는 프로젝이 성사되었다.

▲ (사진출처: 이옥희 선교사)

드디어 2002년에 두 사람을 대표로 선발하였고 2033년 봄에 마드라스 양로원에서 일하는 헵시바와 케랄라 산악지역인 멜가우마탐에서 어린이집 사역을 하고 있는 레이첼이 군산으로 떠났다. 그들은 나포 “소생의집”에서 숙식을 제공받았으며 군산 YWCA 일하는 여성들의 집에서 제빵 교육 및 훈련을 받았고 주일에는 군산노회와 익산노회 소속의 교회들을 순방하였다.
날마다 그들의 한국 문화와 기후적응과 배움을 위해서 기도를 했다. 소생의집 김경숙사모님과 Y의 강사와 목회자들로부터 신실하며 열심히 배운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오병이어를 함께 나누고자하는 나의 꿈의 기초가 놓이는 것 같아서 감사가 절로 나왔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이 함께 훈련을 받았지만 헵시바만 그 기술을 적용하여 직업훈련원을 열어 양로원 자립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나는 2년 뒤에 다시 헵시바를 한국으로 보내서 고급과정을 익히도록 주선을 하였다. 그가 양로원 총무직을 사임할 경우 우리 직업훈련원의 총무로 채용하려는 숨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였다.

그 뒤로 계속 띠루넬벨리 농아자립쎈타, 깐야꾸마리 여성가장 직업훈련원, 띠루치다이어시스 소속 다나뿌람 직업훈련원, 뉴델리 미감아들의 집에서 두 명씩 선발하여 직업훈련을 보냈다. 한 팀은 빵이 싫다고 해서 양재와 생활소품, 십자수 등을 배우기도 했지만 모두들 직업훈련원의 강사로서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열망과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배웠다.

그 결과로 띠루넬벨리 농아자립쎈타와 깐야꾸마리 직업훈련원 안에 제빵훈련원이 세워지도록 후원을 하게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나는 인도 남쪽 여행을 자주하게 되었다.
기적과 감동의 역사는 띠루넬벨리 농아자립쎈타에서 왔다. 그곳의 직업훈련원의 강사로 한국에서 훈련을 받았던 브리스가가 5명의 제자를 훈련시켰는데 그 중에 토마스가 아주 뛰어났다. 그 덕분에 자립쎈타 안에 제과점을 열었고 그 일로 인해서 3명의 농아와 1명의 청년이 제과점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브리스가가 재혼을 해서 떠나고 토마스가 직업훈련원의 강사가 되었다. 성실한 그의 노력으로 2호, 3호 제과점이 오픈되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제과점에 취업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토마스와 농아자립쎈타의 원장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제과점을 확장하여 쎈타의 자립은 물론이고 농아들에게 자립의 길을 열어 주겠다. “고 다짐을 하였다. 비록 내가 청년들을 직접  훈련을 시키지 못하지만 그들이 비지땀을 흘리면서 훈련시키는 것을 보는 것으로도 나는 가슴이 벅찼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하나님의 은혜로 첸나이 변두리에 “희망발전소”라는 선교쎈타를 열게 되었다. 나는 무엇보다 대망했던 제과제빵 훈련을 위해서 여러 후원자들과 밀알회와 나춘균님의 도움을 받아서 오븐. 발효기, 반죽기, 제빵에 필요한 모든 소품과 도구들을 열심히 구입했고 구입이 끝나자마자 한국에서 강사를 초빙하여 며칠 일정의 제빵훈련 코스를 열었다. 8명의 훈련생과 1명의 전도사님이 우리의 코스에 참석을 하였는데 여호와 이레로 띠루넬벨리에서 토마스가 와서 한국의 레시피와 제빵법으로 인도 상황에서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을 많이 도와주었다.
우리의 훈련 일정은 참으로 짧았지만 훈련과정은 축제 분위기로 진행이 되었다. 짧은 일정이 훈련생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였는데 그 중의 한 분이 성전환자들을 위해서 투투꾸리지역에서 제빵훈련원을 연다는 연락을 주셨고 벨로어에서도 제빵훈련원을 열거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염원대로 계속 제빵훈련교육을 시키고 싶었지만 강사가 문제였다. 강사로 온다느니 간다느니 말은 무성하였지만 결국 제빵선교사 찾기에 실패를 하였다. 제빵강사를 찾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다가 한국에서 찾는 것을 포기하고 토마스나 헵시바를 데려오려는 생각을 하였다. 헵시바는 양로원 사역 중으로 은퇴가 2년 정도 남았고 나이가 많아서 적합자가 아닌 듯싶었다. 토마스를 부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여간 망설여지지가 않았다. 토마스를 데려와서 강사로 제빵훈련을 다 위임하고 싶었지만 토마스가 떠나면 띠루넬벨리 농아자립쎈타 내 직업훈련원은 진통을 겪게 될 것이 자명하였다. 하여 고민하다가 토마스도 부르지 못하고 말았다.
은퇴를 앞둔 헵시바에게 우리 쎈타로 와서 제빵 강사직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는 처음에는 올 것처럼 하다가 부친을 모신다며 고향 시골로 돌아갔다.

▲ (사진출처: 이옥희 선교사)

제빵훈련원을 그만 두자니 오병이어의 꿈과 비즈니스 선교를 내려야 되고 강사를 찾자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적당한 연령의 사람으로 제빵훈련 강사로 일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발해서 한국에 보내고 그가 돌아와서 제빵훈련 강사 일을 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샨띠 라는 30대 후반의 여성을 남인도평신도 봉사국의 다니엘 국장의 추천으로 발탁하여 한국으로 보냈다. 광주고백교회가 숙식을 제공하여 주었기로 훈련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침 그가 돌아와서 우리의 일을 맡기기로 하였다. 나는 제빵훈련을 일상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차 있는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그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중에 어떤 분과 의견 차이로 큰 소리로 다투었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입사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사람이 언성을 높여서 다투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를 접어 버렸다. 사람들을 수시로 대하고 만나고 대접하고 가르치고 돕는 일이 우리의 일인데 작은 일을 가지고 아침부터 다투었다면 그가 비록 제빵교육에는 도움이 된다할지라도 나머지 부분에서 문제가 될 여지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접고 나자 제빵훈련원을 통해서 제빵사를 배출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립하도록 돕기도 하고 우리 또한 제과점을 열어서 비즈니스 선교공동체, 오병이어 공동체를 하려는 나의 생각이 하나님의 계획이 아니라 “인간 이옥희”의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어 접고 싶었다. 그러나 제빵 장비를 기증해주신 많은 분들과 제빵훈련원을 통해서 희망을 가지게 될 알지 못하는 달릿청년들을 생각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제빵선교사를 찾았다. 그로부터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제빵선교사를 희망하는 분의 이메일을 받았고 나는 감격에 벅차서 “여호와 이레”의 비명을 질렀다.

하나님의 은혜로 만나게 된 선교사와 함께 일사천리로 “레쉬뜨아카데미”를 상설 제빵학교로 개원하였다. 13명의 학생과 3명의 강사로 개원한 제빵훈련클래스는 3학기 과정 총 7개월로 시작되었으며 전원이 숙소에 입사를 하였다. 꿈꾸었던 제빵교육과 훈련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3개월 후, 1학기가 끝나자마자 선생님은 인도에서는 제빵 비즈니스선교에 희망과 여지가 없다면서 떠났다. 나는 충격으로 얼떨떨했지만 임시 강사를 임명해서 약속대로 2학기를 열었고 3개월 동안 배운 것을 다시 복습시켰다. 그러나 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한 달 훈련을 마친 후에 훈련생들에게 이해를 구하면서 레쉬뜨아카데미 문을 닫았다.

문을 열기까지 14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문을 닫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너무 허무하였고 비참하였다. 안타깝고 슬펐다. 아낌없이 후원해준 사람들에게 제빵훈련 과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자원봉사자들을 모을 능력도, 덕도, 의지도 없고 월급을 주고 전문가를 채용할 능력도 없는 나는 자괴감에 빠졌고 좌절감으로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하나님, 제가 사람들에게 수치와 모욕을 당하게 하시는 것이 레쉬뜨아카데미를 향한 당신의 계획이고 뜻이었습니까!”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피투성이가 된 나는 안식년을 가지기로 작정하였고 안식년 기간에 새롭게 흥미를 가지게 된 바리스타 교육은 받기로 하였다. 마음 한 구석에서 제빵교육도 받자는 내면의 소리가 있었지만 제빵훈련은 너무 힘들어 보여서 포기하였다.
바리스타클래스에 등록하고 7,8월에 인도로 들어와서 안식년을 지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인도를 방문하는 한국교회 팀들을 영접하였다.
아뿔싸! 그 중 한 팀의 실수로 희망발전소가 게스트하우스가 아니고 선교쎈타라는 것이 드러나 버렸다. 비즈니스 비자를 가지고 있는 나는 비즈니스 비자로 인도 법이 금하는 선교를 했다는 명목으로 외국인 거주자 등록사무소에 두 번 불려가서 조사를 받았다.
나는 세 번째 소환되어 조사를 당하고 추방당하는 것보다 그냥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서둘러서 한국으로 나오면서 마음이 참으로 무거웠다. 작년 10월 말에 인도행 비행기 표를 구입을 한 뒤에 인도에서 비자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마다 도움을 주셨던 분에게 입국사실을 통보하였다가 그 분에게서 당분간 비자 서류 접수 자체가 안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내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고 수개월 동안 무기력과 무감각 상태에서 두문불출을 하였다. 비자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 마치 하나님께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이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싫었다.

언제 인도 비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계획과 뜻에 대한 의심과 질문,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를 끊으려는 사탄의 역사, 방향성 없는 시간들에 대한 아픔, 두고 온 사역에 대한 염려와 샨띠홈 아동들과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는 말라 비틀어 갔다.

“하나님,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길이 없습니다.”
“하나님, 저를 버리셨습니까? 쓰지 않기로 작정하셨습니까? 저를 만인들 속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어서 당신에게 무슨 유익이 있습니까?” “하나님, 저를 지켜줄 능력이 없으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왜 외면하셨습니까? 그 이유를 말씀해주십시오.” “하나님 사람들이 보고 싶습니다.”

많은 부대낌 끝에 자학하는 심정으로 새벽 6시부터 밤늦게 까지 빵을 배우러 다녔다. 빵집에 6시 30분에 도착해서 청소를 하고 빵 반죽을 둥글리고 성형하다보면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도대체 아침부터 뭐 하고 있는 짓인가? 이 나이에 무엇을 하겠단 말인가? 차라리 기도원이나 수도원에 들어가서 기도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지 않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과 씨름도 하다가 일에 몰입하기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빵을 성형하다가 환상을 보았다. 내가 영양실조로 힘없이 누워있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 아동들에게 빵을 만들어 먹이는 모습을 보았다. 전쟁과 테러,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작은 자들과 함께 있는 광경을!

“하나님 저를 그곳으로 보내려고 하십니까?”

광주에서 제빵사 시험을 보는 날, 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오븐을 예열하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 버렸다. 뒤늦게 오븐을 켜고 작업대로 돌아와서 시간을 계산해보니 빵이 제대로 익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것이 기도 밖에 없었다. 나는 눈물 흘리며 간절히 기도드렸다.

“하나님 그 때 그 환상이 당신께서 주신 것이라면 이번 제빵사 시험에 꼭 합격하는 것으로 확증시켜 주십시오. 아니면 그것이 제가 지어낸 환상인 것으로 알겠습니다. “

합격은 가능성보다 불가능성이 높았지만 나는 내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올 것으로 믿고 기다렸다.

할렐루야!
하나님은 나에게 가서 작은 자들 속에 가서 오병이어의 식탁을 베풀라고 하셨다.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지만 하나님은 아신다. 그 분의 인도하심을 따라가고자 엎드려 있다.
15년 동안 오병이어의 식탁을 생각하며 지난한 몸짓으로 부대껴왔던 나를 하나님께서 쓰시고자 하는 곳이 있다.

지칠 때 마다 환상을 떠올리며 열심히 손을 놀린다.

이옥희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