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3장에는 불타는 떨기나무에 나타나신 하나님께 모세가 부름받는 장면(출 3:1-6), ‘가라’ 하시는 하나님과 ‘갈 수 없다’는 모세의 대화(출 3:7-12), 하나님의 자기소개(출 3:13-14), 출애굽의 일꾼으로 나서라고 모세를 설득하시는 하나님(출 3:15-22)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 본문해설
1) 소멸시키지 않는 불 (출 3:1-5)
야곱처럼, 모세도 장인의 양떼를 쳤다. 광야 서쪽에(히브리성경에는 ‘그 광야 뒤 = 광야 깊숙이, 광야를 지나서?’) 이른 모세는 양떼를 이끌고 호렙산으로 갔다. 그곳은 광야의 일부분이다. 그 이름은 황량한 곳, 불모지라는 뜻이다. 사람들 중에는 이 황량함을 모세의 심정에 비유하기도 하고, 양떼를 치는 그 생활이 무료하고 공허하였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모세가 아들 아름을 게르솜(게르 = 나그네 + 솜 = 이곳, 그곳?)이라고 지은 것으로 그렇게 추측하는지, 아니면 왕자였던 그가 목동의 신세로 된 것을 보고 그렇게 추측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성경에는 당시 모세의 심경이 어떤 지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한 그 마음을 우리 멋대로 예단할 필요가 없다.
출 3:2-4절에는 떨기나무에 생긴 불꽃에 대한 모세의 반응과, 그리로 다가오는 모세를 향한 하나님의 반응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2 그(모세)가 보니 (와야르)
3 이에 모세가 이르되 (와요메르)
4 (여호와께서) 보신지라 (와야르)
4 그를 불러 이르시되 (와요메르)
이로써 출 3장 앞부분에는 시각적 효과와 청각적 효과가 동의적 평행법으로 한층 더 강조되었다. 출 3:2a의 불꽃(뻬라보트 에쉬 밋토크 핫스네 = 그 떨기나무 가운데의 불꽃에)은 '창끝'을 뜻하는(삼상 17:7 참조) ‘레하바’에 ‘불’을 가리키는 '에쉬'가 결합된 꼴이다. 이를 직역하면, ‘창끝(= 칼날)같이 날카로운(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이다. 그만큼 불길이 맹렬하고 강했다는 뜻이다.
| 13 여호수아가 여리고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눈을 들어 본즉 한 사람이 칼을 빼어 손에 들고 마주 서 있는지라 ... 14 그가 이르되 아니라 나는 여호와의 군대 대장으로 지금 왔느니라 하는지라 여호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하고 그에게 이르되 내 주여 종에게 무슨 말씀을 하려 하시나이까 15 여호와의 군대 대장이 여호수아에게 이르되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 하니 여호수아가 그대로 행하니라(수 3:13-15) |
성경에 380회 나오는 불은 i) 어둠을 밝히는 기능 말고도 ii) 심판(소멸; 창 19장; 신 4:24), iii) 정화(사 6:7)를 의미한다.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은 성령과 불로써 세례를 베푸실 것이라고 한 것은 아마 심판과 정화의 의미가 다 포함된 것이리라(마 3:11; 눅 3;16; 참조 막 1:8). 불은 iv)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도구이며(시 104:4), 능력을 불어넣어주시는 표시이다. 그리고 v) 그분의 나타나심을 상징하기도 한다(창 15:17; 출 19:18; 시 50:3; 겔 1:4, 27; 살후 1:7-8 환난을 받는 너희에게는 우리와 함께 안식으로 갚으시는 것이 하나님의 공의시니 주 예수께서 자기의 능력의 천사들과 함께 하늘로부터 불꽃 가운데에 나타나실 때에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과 우리 주 예수의 복음에 복종하지 않는 자들에게 형벌을 내리시리니). 이 밖에도 불은 vi) 사랑을 상징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불’에는 또 다른 속뜻이 들어 있다. 떨기나무는 노예로 전락하여, vii) 학대당하고 메마르게 사는 이스라엘 백성의 현재 상태를 상징한다(‘뜨거운 맛’). 그렇지만 뜨거운 불길에도 재로 변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떨기나무는 태양신을 섬기는 파라오조차도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 곧 하나님께서 보호하시는 이스라엘의 생명력이 매우 강인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밖에도 그 불타는 떨기나무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게 다양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하나님의 이적과 넘치는 능력, 거룩한 빛, 환상, 순수하게 불타는 가슴(심령), 사랑과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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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내산 카타리나수도원의 떨기나무 | ||
성경에는 하나님 현현의 모습이 매우 다양하게 기록되었다. 그분은 모세가 일하는 생활현장으로 찾아와 만나주셨다. 이런 하나님의 모습은 성경 여러 곳에서 나온다. 이를테면 하나님을 나그네 세 사람의 모습으로 마므레 상수리 나무 그늘에 쉬고 있는 아브라함을 찾아오신 일, 도시 소돔과 거기 사는 롯을 찾아 온 두 천사와 타작마당에서 기드온이 천사와 만나는 것, 일어버린 소를 찾아다니는 사울을 만나신 것, 양치는 다윗을 찾아오신 일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칫 그 가운데 어느 하나를 지나치게 또는 독점적으로 강조하기 쉽다. 이를테면 엘리야에게 하나님께서 세미한 음성(소리)으로 나타나셨다는 사실을 놓고, 하나님은 ‘항상’ 이렇게 나타나신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예수님이 아무도 모르게 골방에 들어가 기도드리라고 한번 말씀하셨다고 해서, 그런 기도만이 참된 기도라고 억지를 부르는 것과 같다. 진정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나타나신 목적은 옛 거주지 이집트로부터 건져내어(야차) 새로운 거주지인 가나안으로 데려가시는(알라) 일에 그를 쓰시려는 데 있다. 하나님이 나타나시는 장소나 모습은 아래와 같이 다양하다:
| 본 문 | 장소-제단 | 하나님의 나타나심 | 인간의 반응 | 약속 (소명) | 하나님의 아심 |
| 창 18:1-33 |
마므레 상수리 나무(1절) 천막(거주지역) |
세 사람(1-3절) | 땅에 몸을 굽힘(2절) | 아들 약속(10절) | 소돔과 고모라 백성의 아우성(20절) |
| 창 28:1-22 | 돌(11절), 벧엘 ⇐ 루스 (10,19절) = 성소 | 꿈에서 하나님의 사자를 봄(12절) | 두려움에 사로잡힘(17절) | 땅과 후손 약속(13-14절)성전 약속(그가 누운 땅) | 야곱의 피신 |
| 출 3:1-12 | 호렙산 떨기나무(2절), 이집트 |
여호와의 사자(2절); 여호와 자신(4절); 불(21절) | 신을 벗고 두려워하며 얼굴을 가림(5-6절) | 땅 지역 열거, 구원 약속(8절) | 이스라엘의 부르짖음을 들으심(7, 9절) |
| 삿 6:19-24 | 오브라 상수리나무(11, 19절), 여호와 살롬(24절) | 여호와의 사자(20절) 불(21절) |
여호와 대면을 두려워 함(22절) | 미디안에서 구출 약속( 14절) | 이스라엘이 미디안에게 당하는 고통 |
| 왕상 19:9-17 | 호렙산 동굴 (산과 바위) |
아주 작은 소리(음성 ?) | 겉옷으로 얼굴을 가림 | 하사엘과 예후와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으라 | 엘리야의 피신 |
| 사 6:1-13 | 하늘보좌 또는 예루살렘 성전(6:1) | 스랍이 가림(2절); 충만한 영광과 거룩(4절) | 5절: 두려움, 망하게 되다(회개) | 그루터기, 남은 자(13절) | |
| 욥 38-40 | 거주지 | 폭풍우 중에 말씀 욥이 눈으로 봄(40:5) | 자신의 말을 취소하고 회개(40:6) | 친구를 위한 중보의 번제와 기도; 복 주심 | 욥이 당한 재난및 친구들과 나눈 대화 |
떨기나무는 시내 광야에서 흔히 자생하는 일종의 '가시덤불'(thron bush)을 가리킨다(신 33:16 참조; 학명: Rubus Sanguineus Friv; 히브리어: 쓰네, 페텔 카도쉬). 이 나무는 백향목 같이 값비싸고 귀한 나무가 아니다. 오히려 앙상하고 볼품없이 생긴 작은 나무이다. 이 나무에 불이 붙었다. 사실 이 나무는 너무나 약해서 사막의 열기가 극도로 달아오르면, 저절로 불이 붙어 타 없어지기도 하였다. 바로 그 나무가 오늘은 이상하였다. 불이 붙었는데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에 모세는 ‘떨기나무가 어찌하여 타지 아니하는고’(출 3:3) 하며 호기심어린 발걸음을 그리로 향하였다. 이 광경에 너무나 놀랍고 신기하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히브리성경은 ‘봣야르 브힌네 핫시네 뽀에르 빠에쉬(= 그리고 그가 보았다, 그런데 보라, 불꽃 속에 타오르는 저 떨기나무를! 출 3:2b 직역)’ 라고 기록하였다. 이 때 받은 강력한 인상을 모세는 나중에 요셉을 위해 기도드릴 때, 되살렸다:
| 13 요셉에 대하여는 일렀으되 원하건대 그 땅이 여호와께 복을 받아 하늘의 보물인 이슬과 땅 아래에 저장한 물과 14 태양이 결실하게 하는 선물과 태음이 자라게 하는 선물과 15 옛 산의 좋은 산물과 영원한 작은 언덕의 선물과 16 땅의 선물과 거기 충만한 것과 가시떨기나무 가운데에 계시던 이의 은혜로 말미암아 복이 요셉의 머리에, 그의 형제 중 구별한 자의 정수리에 임할지로다 (신 33:1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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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타는 떨기나무 엠블럼 - 영국 스코틀랜드교회 총회 출입문 위 | ||
맹렬히 타오르는 떨기나무를 향해 다가오는 모세를 여호와께서 보셨다(출 3:4 라아 + 키 = ... 깊은 관심을 가지고 ... 을 보다). 그리고 ‘모세야, 모세야’ 하고 부르셨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연거푸 두 번 부르는 것이 성경에 열 번 나오는데(창 22:11; 46:2; 삼상 3:10; 삼하 18:33; 눅 10:41; 22:31; 행 9:4 등), 이는 그 상황이 절박하거나(마 23:37), 그에게 주어질 일이 어렵고 중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창 22:1; 삼상 3:10). 모세가 하나님을 찾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모세를 먼저 찾으셨다(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 요 15:16 참조). 선택과 부름의 주도권을 행사하신 하나님은 모세에게 하나님의 거룩함을 받아들이며, 거룩한 자리에 설 것을 요구하셨다. 그런 자리에 서려는 사람은 그에 걸맞는 반응을 보여야 한다: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출 3:5). 성경에서 신발을 벗는 (라샬)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i) 거룩한 장소에서 두렵고 떨림의 표시 (출 3:5 = 행 7:33; 수 5:15) 및 상중(喪中)에서 삼가는 태도(겔 24:17), ii) 자신이 받을 기업(유산)을 포기하는 의사표시(신 25:9; 룻 4:7), iii) 지극한 수치와 시련을 당한 경우(삼하 15:30; 사 20:2; 시 108:9 참조) 등이 그것이다. 사실 노예는 가난한 사람은 신발 없이 살았다. 이것은 종종 더러움을 상징하였다. 여기서 이는 하나님은 거룩한 분이기에, 하나님 일에 참여할 사람도 그 거룩함을 덧입으며,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벧전 1:15-16 참조).
모세에게 나타나신 여호와는 대를 이어(대대로) 이스라엘 자손의 하나님이시다(출 3:6). 여기서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란 그들에게 자신을 계시하셨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언약을 맺은 분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언약을 반드시 지킨다는 점에서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하나님 앞에서 모세는 얼굴을 가렸다 (사타르). 이런 모습은 에스겔(겔 1:28)이나 다니엘(단 8:18)의 경우에도 똑같았다. 이사야는 하나님의 모습을 뵙는 순간 ‘이제는 죽었구나’ 라며 탄식하였다(사 6:5).
2) 가라 하시는 하나님과 가지 못한다는 모세 (출 3:7-12)
출 3:7-8에는, 출 2:24-25에 이어, 매우 감각적, 감성적 언어들이 사용되었다: 볼 것을 보다(라오 라이티 ← 라아, 개역개정은 ‘분명히 보다’로 번역), (*‘보다’ 라는 말(동사 라아 + 전치사 브)은 뜨거운 관심으로 관찰하는 것을 가리킨다.) 듣다(샤마), 알다(야다), 내려가다(야라드). 이렇게 보고, 듣고, 알고, 내려오신 하나님은 이스라엘 아들들을 건져내고(나찰), 가나안으로 인도하여 데려가려 하셨다(Hiph 알라= 올라가다). 여기서 ‘...로 데려간다’는 말은 해방 그 자체라기보다는 새로운 지역에 정착시킨다는 의미이다(창 50:24; 출 3:8, 17; 32:1; 33:1 참조). 이 부르짖음은 그들이 겪는 고역에서 나왔는데, 이는 불행한 처지, 노동으로 지치는 생활, 신분하락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여기 쓰인 느낌과 감각의 낱말들은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 의지를 잘 보여준다. 그 가운데서 “내려오다”(8절)는 말에 주목해 보자. 하나님께서 죄와 고난 속에 시들어가는 생명을 되살리려고 이 세상으로 내려오셨다는 말은 기독교 신앙의 알맹이이다(특히 예수님의 성육신). 출애굽기 3장은 하나님께서 ‘내려오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i) 이집트인들의 손에서부터 하나님의 백성을 ‘건져내고자’, ii) 그들을 이집트로부터 약속의 땅(가나안)으로 ‘올려보내고자’(개역개정은 “인도하여 ... 데려가려 하노라”로 번역) 함이다. ‘건저 내다’는 말(나찰)은 출 2:19에서 모세가 이드로의 딸들을 목자들의 손에서 건져냈을 때에도 사용되었다. 이는 나아가다(야차 출애굽 사건과 관련하여 83번 쓰임), 올라가다(알라 출애굽 사건과 관련하여 41번 쓰임)와 함께 출애굽 사건을 표현하는 전문용어이다. 야차와 알라는 출애굽과 관련하여 ...from to ... 라는 의미이다(옛거주지 이집트로부터 건져내어 새로운 거주지인 가나안으로 데려가심). 이곳에 야챠 란 말은 히필형으로 세 번 되풀이 쓰였다(10, 11, 12절). 하나님은 이 세상으로 내려오실 때마다 아주 특별한 사역과 은총을 베푸시곤 하였다(창 11:5, 7; 18:21; 출 19:20; 민 11;25; 삼하 22:10 = 시 18:9; 요 1:14; 빌 2:7-8; 딤전 1:15 참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강요당하는 고역을 아신다는 것이 출 3:7-9에 두 번 되풀이 나온다. 그린버그(M. Greenberg)는 이것을 여호수아와 다윗의 이야기와 비교해 보았다:
| 출애굽기 | 여호수아 | 사무엘하 | |
| 계시 | 3:6-8 | 14:6-9 | 7:27 |
| 행위의 이유; 브앗타 | 3:9 | 14:10-11 | 7:28 |
| 행위; 브앗타 | 3:10-12 | 14:12 | 7:29 |
위의 이야기 세 개는 서로 다른 형식으로 되어 있다. 모세의 경우에는 소명보도이며, 갈렙의 경우에는 합법적인 주장이고, 다윗의 경우에는 기도형식이다. 그렇지만 위의 표에서 보듯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부분(계시)과 직접 그 행위가 시작되는 부분에 ‘자 이제 (그런데 지금) (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특히 출 3:9에는 ‘자 이제’(= 브앗타)와 ‘보라’ (=힌네)가 나란히 쓰여 그 뜻이 한층 강조되었다.
해방을 향한 하나님의 사역은 오직 이스라엘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이에 대해 성경은 분명히 아니라고 대답한다. 하나님은 하나님 뜻에 어긋나는 모든 종류의 소외와 비인간화 상태를 기뻐하지 않으시며, 그 굴레에서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모양으로 신음하는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는 분이다. 이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출 3장과 사 19:19-25을 비교해 보자(암 9:7 참조; Hamilton, Exodus, 57쪽):
| 출 3장 | 사 19:19-25 | |
| 1 |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을 향해 ‘나의 백성’(암미)라고 부르셨다(7절) |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을 향해 ‘나의 백성’(암미)라고 부르셨다(20절) |
| 2 | 하나님의 자신의 백성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셨다(7절) | 이집트인들이 하나님께 부르짖으면, 하나님은 그 신음을 들으신다(20절) |
| 3 |
이스라엘 백성이 억압(라카츠)에 시달리며 부르짖었다. 이집트인은 그들을 학대하였다(로카침) | 자신을 학대하는 자들(로카침)로 인하여 이집트인들이 하나님께 부르짖었다(20절) |
| 4 | 하나님은 파라오에게 모세를 보내시고자 하셨다(셀라크 10절) | 하나님은 그들에게 구원자를 보내셔서(셀라크) 그들을 지켜주실 것이다(20절) |
| 5 |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적(오트)을 베푸셨다. 그리고 그를 이집트로 가게 하시며, 자신이 그와 함께 계실 것을 약속하셨다(12절) | 이집트 땅에 이집트인들이 세우는 제단은 그 나라 및 그 백성과 함께 계시는 하나님의 현존을 가리키는 표적(오트)이다(19-21절) |
| 6 |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을 구원하실(나찰의 히필형) 계획을 세우셨다(8절) | 하나님은 이집트 백성을 구원하실(나찰의 히필형) 계획을 세우셨다(20절) |
| 7 | 하나님의 공감과 구원계획을 나타내는 낱말들이 출 7-11장에 널리 사용되었으며, 사 19:21-22에도 표현되었다 | 하나님은 이집트인이 하나님을 알게 만드시리라 약속하셨다. 비록 그들을 재앙으로 치시겠지만(나가프), 그들은 그들의 예배를 통해(제단에서) 하나님께 반응할 것이다(21-22절) |
| 8 | 여호와는 이스라엘을 치유하시는(라파) 하나님이시다(출 15:26) | 여호와는 이집트를 치유하시는(라파 x 2) 하나님이시다(출 15:26) |
3) 나는 나다 (출 3:13-14)
이 부분에 대한 연구서와 글들을 모아놓으면, 작은 도서관 하나가 될 정도로 학자들은 이 본문에 다양한 주석과 의견을 달아놓았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나는 ‘너(너희)의 조상의 하나님(엘로헤 아비카; 아비테켐 엘로헤)’이라고 알려주셨다(3:6). 그리고 출애굽의 계획을 밝히시며,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는 사람이 되리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그는 “보소서 ... 그들(야곱의 자손들)이 내게 묻기를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리니 내가 무엇이라고 그들에게 말하리이까” (출 3:13) 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마치 명함을 그에게 건네주듯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가르쳐주셨다: ‘나는 있는 자이다(에흐예 아세르 에흐예 또는 에흐예 = 나는 ... 이다).’ 출 3:14에서 하나님은 자신의 정체와 계획을 밝히셨다.
하나님은 우선 이스라엘 민족의 선조의 하나님이시다(6절, 13절, 15절, 16절).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조상신과 다르다. 여기서 ‘네 조상의 하나님’(엘로헤 아비카)이란 말은 하나님은 i) 대를 이어 존재하시는 분이요, ii) 4-5백년 전에(더 나아가 창조 때부터) 믿음의 선조들에게 준 약속을 기억하시고, 실현시키는 분이요, iii) 영존하시는 분이라는 뜻이다(출 3:15 ... 이는 나의 영원한 이름이요 대대로 기억할 나의 칭호니라). 그런데 조상들의 하나님께서 어떤 목적으로 모세에게 나타나셨는가? 여기서 우리는 그 옛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 이제는 모세의 하나님, 그 시대 히브리 사람들의 하나님으로 자리매김되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하나님은 오늘 우리의 하나님이시기도 하다.
여호와의 계획은 영원히 서고 그의 생각은 대대에 이르리로다 (시 33:11)
주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이니 주의 통치는 대대에 이르리이다 (시 145:13)
여호와여 주는 영원히 계시오며 주의 보좌는 대대에 이르나이다(애 5:19)
둘째로 하나님은 ‘나는 나다’ (14a 에흐예 아세르 에흐예)란 이름을 지닌 분이다.(* 칠십인역(LXX)은 이 부분을 에고 에이미 호 온 (= 자존자, 스스로 있는 자)로 번역하였다. 개역성경 참조) 출 3;14b에는 수식어구(관계문장)가 빠지고, 아주 간단하게 에흐예(= 나는 ...이다) 라고만 나온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나는 ...이다’로 선언(소개)하는 형식은 성경에 여러 차례 나온다: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창 15:1); 나는 ... 여호와니라(창 15:7); 나는 여호와니(창 28:13);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창 35:11); 나는 하나님이라 네 아버지의 하나님이니(창 46:3); 나는 너희를 치료하는 여호와임이라(출 15:26) 등.
하나님의 이 자기 계시에 대하여 에리히 쳉어(Erich Zenger)는 4가지로 설명한다(Erich Zenger: Der Gott der Bibel. Ein Sachbuch zu den Anfängen des alttestamentlichen Gottesglaubens. Stuttgart 1979, [3. Aufl. 1986]):
① 신뢰, 의지(Zuverlässigkeit): 어려움이 닥칠 때, 내가 ‘여기(거기)’있으므로 사람은 나를 신뢰(의지)할 수 있을 것이다.
② 비매수성(Unverfügbarkeit): 나는 오로지 내가 있는 방식으로 존재할 뿐이다. 사람은 자기만을 위해 존재하기를 바라며 나를 매수하거나 좌지우지할 수 없다.
③ 유일성(Ausschließlichkeit): 나는 오직 나일뿐, 다른 그 누구도 아니다. 사람은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④ 무제한성(Unbegrenztheit): 사람은 나를 그 어떤 틀에 묶어두거나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죽음일지라도 나를 가둘 수 없다.
셋째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구원할 계획을 확고하게 밝히셨다(출 3:10). 이를 실행하시려고, 하나님은 모세와 함께 하시겠다고 약조하셨다(출 3:12a 키 에흐예 임마크 브제-르카 하오트 = 진실로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 그리고 이것이 너를 위한 그 기적이니라). 하나님께서 모세와 함께 하시는 이 일을 가리켜 성경은 ‘기적’(오트) 이라고 표현하였다(출 3:12). 그리고 기적 또는 이적을 나타내는 중요한 낱말 세 가지를 출 3-4장에 8번 사용하였다(오트 3:12; 4:8x2, 9, 17, 27; 니플라오트 ⟵ 팔라 3:20; 모페트 4:21). 이 세 가지 낱말의 의미를 굳이 구별하자면, i) 표적(sign)으로서의 이적(오트)과 ii) 전조(前兆)로서의 이적(모페트), iii) 놀랄만한 경이로서의 이적(팔라) 등이다.
출 2-3장에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향해 구원의 의지를 불태우는 장면이 세 번 되풀이, 곧 떨기나무 불꽃사건 직전에 한 번(2:23-24), 그리고 그 직후에 두 번(출 3:7-8, 9-10) 나온다. 하나님의 구원의지가 이렇게 거듭되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확고부동하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여호와가 누구신가를 알려주는 그 말씀의 의미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곧 이 말씀은 ‘진실로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고 약속하시는 맥락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출 4:12, 15 참조). 다시 말해 이 본문은 하나님의 정체(또는 정체성)을 밝히는데 강조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하나님의 백성을 위하여 그들 곁에 항상 같이 계신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곧 하나님은 ‘나는 나다’라는 이름으로 그 백성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 그들과 함께 하시며, 그들을 도우시는 분이라는 것이다(출 6:7; 33:19; 34:6 참조).
4) 해방을 향한 부름 (출 3:15-22)
하나님은 지상에서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을 실행할 인물로 모세를 선택하셨다(출 3:9-10). 그리고 그를 부르셨다. 그 목적은 그를 파라오에게 보내어 하나님 백성을 옛 거주지 이집트로부터 건져고(야차) 새로운 거주지인 가나안으로 데려가시는(알라) 일에 그를 쓰시려는 데 있다. 이 계획은 참으로 원대한 것이지만, 사실 파라오에게 나가는 모세에게는 자기 목숨을 거는 엄청난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이런 뜻에서 그에게 주어진 사명은 아직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일인 동시에, 위태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계셨으리라(눅 5:1-11 참조). 모세는 양을 치다가 하나님 부름을 받았는데, 나중에 다윗(삼하 7:8)과 아모스(암 7:14-15)도 그 예를 따랐다.
이 선택과 부르심(소명)에 접한 그가 선뜻 순종하지 못하는 것에서 이 일이 결코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요, 또 감당하기도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하나님도 이런 것을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여러 차례 걸친 모세의 거절(항변)을 참으시며 받아주시고, 또 설득하셨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집요하게 설득하시는 모습은 자신이 하는 일을 가로막을 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파라오와 그 추종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리고 무슨 억지를 부려서라도 이 일을 방해하겠지만, 하나님은 반드시 그 계획을 성취하실 것이다(출 3:22). 이미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듯이:
13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반드시 알라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그들은 사백 년 동안 네 자손을 괴롭히리니 14 그들이 섬기는 나라를 내가 징벌할지며 그 후에 네 자손이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 (창 15:13-14; 출 12;35-36 참조).
* 설교힌트
1) 살리는 불꽃(출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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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경에서 불은 성령님을 상징하곤 한다. 마가 다락방에서 기도드리며 예수님이 말씀하신 성령님을 기다리는 성도에게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행 2:3) 임하였다. 성령님은 불꽃이 갈라져 타오르는 것처럼 초대교회 성도에게 찾아오신 것이다. 그리고 그 불같은 성령님은 다락방에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지내던 제자들을 거리로 뛰쳐나가게 하였고, 체포와 생명의 위협을 무릎쓰고 예수님이 부활하셨으며, 인류의 그리스도이심을 전파하였다. 이런 뜻에서 성령님은 생기를 불어넣는 분이요, 살리는 분이요, 믿음과 용기와 소망을 북돋아주시는 분이다.
2) 하나님이 계시는 곳은 어디나...
불꽃에 휩싸였으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떨기나무 - 이 신기한 광경에 놀란 모세는 가던 발걸음을 돌려 그곳으로 향하였다. 그 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모세야 모세야 ...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 3:4-5)고 말씀하셨다. 사실 호렙산은 광야의 한 부분이다(광야 서쪽 혹은 광야 뒤쪽 출 3:1). 그 산 이름에도 폐허, 황폐’란 뜻이 들어 있다. 그곳에서 자라는 떨기나무는 또 얼마나 왜소하고 보잘 것 없는가?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거룩하다는 말인가?
고개를 돌려 창세기 야곱의 이야기로 가 보자. 그는 아버지와 형의 눈을 피해 도망을 쳤다. 하란으로 가는 길에서 밤이 이슥하여 잠 든 그곳은 루스(= 거친 땅)이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그는 그곳이 하늘의 문, 곧 하늘로 향하는 문임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침에 일어난 그는 그곳 이름을 하나님의 집(벧엘)이라 부른다. 이로써 야곱이 베개로 삼았던 돌베개는 하나님의 집의 기둥이 되었고, 하늘로 가는 문이 되었다. 이와 같이 ‘폐허의 산’(호렙산)에서 자라던 작고 보잘 것 없던 떨기나무는 하나님이 임하는 장소로 변하였다. 그 장소는 본디 모세가 늘 다니던 평범한 곳이요, 가시 떨기나무도 전혀 특별하지 않았으나, 그것은 하나님이 모세를 부르시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그 나무는 야곱 식으로 표현하자면, ‘하나님의 집’이 되었으며, ‘하늘 문’이 되었다. 하나님이 함께 계시면, 그리고 그 하나님을 만나면, 이렇게 된다. 우리가 사는 일상적인 장소가 하나님의 부르심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아니 우리 자신이 하나님이 머무시는 곳이 될수 있다(엡 2:22 참조). 아주 평범해 보이는 장소가 하나님께서 그 뜻을 이루시기 위한 봉사와 헌신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거룩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3) 갈 곳을 예비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3:7-12)
하나님은 아브라함, 이삭, 야곱에게 갈 곳을 일러주셨다. 이스라엘의 아들들에게 갈 곳을 예비하셨다. 성경은 파라오의 입을 빌어,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입)으로 이런 사실을 전해준다:
1:10 (브알라 민-하아레츠 = 그리고 그가 이 나라(땅)로부터 나갈 것이다).
3:8 (우르하알로토 민 하아레츠 하후 = 그리고 그들의 나라(땅)로 데려가기 위하여)
스스로 있는 자라는 이름을 지니신 조상들의 하나님은 이제 이스라엘의 아들들을 이집트의 파라오로 상징되는 온갖 억압과 악과 우상의 손아귀에서 구원하실 계획을 세우셨다. 이집트는 고대 4대 문명 중에 하나가 생겨난 곳이다. 그 문화와 문명은 주변 나라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아브라함과 야곱 및 그 가족은 가나안에서 흉년으로 고생하다가 이집트로 가 목숨을 부지하였다(창 12:10; 26:1; 41:54; 43:1; 45:11; 47:4, 13).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생명을 유지시켜 주던 풍요한 땅 이집트는 생명을 죽이고 억압하는 곳이 된 반면, 메마른 땅 가나안은 풍요로운 곳으로 되었다. 하나님께서 이런 역전을 일으키신 것이다. 하나님은 파라오로 상징되는 온갖 억압과 악과 우상의 손아귀에서 이스라엘의 아들들을 구원하실 계획을 세우시고, 그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하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약속에 따라 주어질 땅 가나안은 이제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변모한 것이다(출 3:8).
이스라엘에게 이집트는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이어가거나, 그 영향을 받고 싶은 선진국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차적인 의미, 곧 이집트란 말이 그대로 의인화(擬人化) 되어 ‘억압, 구속, 제약, 속박, 좁은 곳’ 등을 가리킨다 (이집트를 가리키는 미츠라임이란 말은 차라르 [= 좁다]에서 나왔다). 그래서 성경에 이집트란 말은 ‘종 되었던 집’(13:3, 20:2; 신 5:6, 13:5; 수 24:17)이라는 관용어로 쓰였다. 이렇게 ‘이집트’는 지리-지형적인 의미에서 나일강 유역이라는 뜻을 넘어서 ‘경쟁 상대,’ ‘이중 압박,’ ‘숨막히는 곳’ 등으로 그 뜻이 넓어졌다.
신 4:5-8에는 “큰 나라”(학고이 학가돌; 꼬이 까돌 = 큰 나라, 위대한 민족)라는 표현을 3번이나 되풀이 쓰면서, 국토면적이나 인구 숫자로 따지는 큰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규례와 법도에 얼마나 순종하는가 여부로 판단하는 ‘큰 나라’를 언급하였다.
| 나는 여기 있는 나이다(Ich bin der, ich bin da)
네 희망이 서려있는 양달에 어두운 너의 지난날에 너의 산더미같이 쌓인 일들에 성공적인 너의 대화들에 만남들 속에 네게 주어질 행운에 답답한 너의 일상생활에 |
비록 면적이 좁은 곳이라도, 하나님과 함께 하는 곳은 언제나 개방된 자리이다. 사통팔달(四通八達)한 곳이요, 넓은 곳이다. 사도 바울 성인이 그 좁은 감옥에 갇혔을 때에도, 주님과 동행하며 자신이 할 일(복음 전도활동)을 찾으니,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았다. 그 감옥은 다른 어느 곳에서 보다도 그에게 활동할 여지를 많이 제공하였던 것이다(빌 1:12 참조).
사도 요한 성인 역시 밧모섬에 갇혀 지내며 하나님 음성을 들었고, 환상을 보았다(계 1:9 참조). 비록 몸은 자유를 잃었으나, 그 영혼은 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로웠으며,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하나님은 연속되는 박해와 고난 속에 겨우 연명하는 필라델피아 교회를 칭찬하시며, “...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하지 아니하였도다”(계 3:8)라는 음성, 곧 남이 듣지 못하는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 세상에는 아주 크고 넓은 곳, 높은 곳에서도 비좁은 시야와 밴댕이 속알딱지 같이 협소한 도량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분들처럼 아주 좁은 곳에 살면서도 폭넓은 시야와 광대한 도량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4) 하나님의 명함 (출 3:13-15)
하나님은 모세에게 나는 ‘너(너희)의 조상의 하나님(엘로헤 아비카; 아비테켐 엘로헤)’이라고 알려주셨다(3:6). 그리고 출애굽의 계획을 밝히시며,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는 사람이 되리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그는 “보소서 ... 그들(야곱의 자손들)이 내게 묻기를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리니 내가 무엇이라고 그들에게 말하리이까” (출 3:13) 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마치 명함을 그에게 건네주듯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가르쳐주셨다: ‘나는 있는 자이다(에흐예 아세르 에흐예 또는 에흐예 = 나는 ... 이다).’
실제로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이러 이러한 분이라고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출 34:6-7; 시 145 등). 하나님을 아는 거룩한 지식은 우리를 바르고 건전한 신앙생활로 이끌 뿐만 아니라, 굳건하고 흔들림없는 인생살이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시편기자는 “우리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의 이름에 있도다 (시 124:8)” 라고 찬양하였다.
5) 부름받은 자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출 3:11-12)
루터교회, 성공회, 천주교회 등의 예배에는 인도자와 회중이 다음과 같은 노래로 서로 화답하는 순서가 있다:
목회자: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The Lord be with you; der Herr sei mit euch)
회 중: 그리고 당신(목회자)의 영혼과 함께 (And with thy spirit; Und in deinem Geist)
이 밖에도 다음과 같은 찬송가 222장(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하나님이 함께 있어 ...; God be with you, till we meet again)를 즐겨 부르곤 한다.
어느 날 호렙 산에서 나타나신 하나님은 양치기 모세를 보내시며,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여 가나안으로 인도하는 사명을 맡기셨다(출 3:9-10). 이에 그는 자신에게는 이 과제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출 3:10). 이 때 하나님은 그에게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 (출 3:12 키 에흐예 임마크) 고 약속하셨다. 이것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거절하는 모세에게 주신 하나님의 첫 번째 말씀이다. 하나님의 이 약속은 아주 확고부동한 것이라서 다른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모세는 자신이 지닌 인간적인 약점 몇 가지를 근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되풀이 거절하였다. 그 때마다 하나님은 거듭 말씀하셨다:
| 12 이제 가라 내가 네 입과 함께 있어서 할 말을 가르치리라 ... 너는 그(= 아론)에게 말하고 그의 입에 할 말을 주라 내가 네 입과 그의 입에 함께 있어서 브아노키 에흐예 임-피카...) 너희들이 행할 일을 가르치리라 (출 4;12, 15; 렘 1:8, 19 참조). |
이런 표현들에서 주어는 ‘나, 그, 주님, 하나님, 여호와’로 표현되며, 그 대상은 전치사 (에트, 임, 브)가 붙어 ‘나와(우리와) 함께; 내 안에(우리 안에) 함께, 너와 (너희와) 함께; 네 안에(너희 안에) 함께, 그와(그들과) 함께; 그의 안에(그들 안에) 함께’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동사는 ‘이다, 있다’라는 뜻을 지닌 하야이다.
물론 출애굽기에는 위와 같은 표현이 사람의 입을 빌어 두 번 더 나온다. 한번은 모세와 아론이 이집트에 메뚜기 재앙을 내리겠다 예고할 때이다(8번째 재앙). 이에 파라오의 신하들마저 “어느 때까지 이 사람이 우리의 함정이 되리이까 그 사람들을 보내어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게 하소서 왕은 아직도 이집트가 망한 줄을 알지 못하시나이까”(출 10:7) 라고 왕에게 고하며 동요하였다. 그러자 모세와 아론을 내보냈던 파라오는 그들을 다시 불러들여 호통을 쳤다: “만일 내가 너희와 너희 아이들을 가게 한다면, 여호와는 진실로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그렇지만 보라, 너희는 참으로 악한 계략을 꾸미는구나!” (출 10:10 나의 번역).
다른 한 번은 모세가 백성의 송사를 직접 들으며 판정을 내릴 때, 그 모습을 본 그의 장인 이드로가 하는 말 가운데 그 표현이 나온다. 사위가 하루 종일 그런 일에 시달리는 것을 본 그는 그러다가는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채 기력이 소진될 것을 염려한 나머지, 그는 모세에게 백성 가운데서 천부장, 백부장, 십부장을 뽑아 세우라고 제안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네게 방침을 가르치리니 하나님이 너와 함께 계실지로다 ...”(출 18:19).
그렇지만 출 10장에서 그것은 비웃는 말투처럼 들리고, 18장에서는 관용적인 인사치레나 축복선언처럼 보이기 때문에(창 21:22; 룻 2:4 참조), “내가 반드시 너(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표현의 진정한 의미는 출애굽기 3-4장에 들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내가 반드시 너(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하나님 말씀은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묶어주는 동시에 미래로 향하는 성격을 매우 강하게 띠고 있다(계 1:4, 8; 4:8; 11:17; 16:5). 그것은 지금부터 시작하여 앞으로도 쭉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어떤 공동체)과 함께 계신다는 약속이다. 이 약속은 중대한 과제(일)를 눈앞에 두고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하는 사람,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 용기를 잃은 사람, 힘과 기가 빠져 있는 사람에게 주어졌다(수 1:5; 삿 6:16; 마 28:20; 눅 1:28 참조). 그리고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는 도구로 쓰일 사람(백성의 지도자)이 임무수행을 방해하는 거대한 환경이나 강력한 사람에게 직면해야만 할 때 주어졌다. 이런 뜻에서 출 3:12에서 모세에게 주어진 하나남의 약속은 그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말씀인 동시에 자신이 하나님의 위대한 사역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말씀이다.
신약성경의 첫 번째 책인 마태복음은 처음과 끝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말씀으로 장식하였다(마 1;23; 28:20). 이는 구약성경에서 개인 또는 특정한 무리에게 주셨던 이 약속이 온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나님은 ‘내가 너(너희)와 함께 하겠다’는 말씀으로 부름받은 사람에게,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에게 구원과 도움과 보호를 확약하시고 보증하시는 분이다. 그렇다. 임마누엘 하나님을 받아들이는 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사람은 자신이 지닌 인간적인 한계, 곧 감정, 경험, 지식, 지위, 소유 등의 한계를 초월하여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는 사람(자기 자신과 세상풍조를 이기는 사람)이 된다.
6) 아브라함의 하나님, 모세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모세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은 자신을 아브라함 등 조상의 하나님으로 소개하셨다. 조상의 하나님이신 그분은 이제 모세와 그 시대 사람의 하나님이 되시려고 그들을 찾아 오셨다. 여기에는 선택된 백성을 향해 대대로 이어지는 하나님의 배려와 동시에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대대로 이어지는 사실이 돋보인다. 사실 혈통(가문)과 신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주요한 매개체이다. 특히 성경은 십자가의 피로 모든 인류를 하나의 혈통으로 만드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한편, 모든 시대, 모든 세대에 이어지는 신앙의 맥을 아주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성경에는 하나님에게 소유격어미를 붙여 표현하는 곳이 많이 나온다(요 20:13, 17; 롬 1:8; 고후 12:21; 몬 1:4). 조상들의 하나님, 000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그의 하나님 등이 그것이다. 이것은 신앙의 신비이다. 여호와가 아무리 역사의 하나님, 조상들의 하나님,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 등으로 고백되더라도, 만일 그분이 ‘나 000의 하나님’으로, 한 인격체인 나 자신의 하나님으로 고백되지 않는다면, 성경의 도도한 역사와 ‘나’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로써 하나님과 ‘나’ 사이의 연결고리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언자 이사야도 이렇게 고백하였다: “여호와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사 25:1). 부활하신 주님을 향해 도마는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요 21:28)라고 고백하였다. 사도 바울도 빌립보서에서 하나님을 가리켜 ‘나의 하나님’이라 고백하였다(빌 1:3; 4:19).
공동체의 고백이 개인의 고백으로 스며들고, 개인의 고백이 공동체의 고백과 맥이 닿아 있는 등 서로 영향력을 긴밀하게 주고받을 때, 신앙은 바르고 굳건하여 지는 법이다.
7) 일상생활의 현장이 곧 하나님을 만날 곳
하나님은 모세가 양을 치는 일상생활의 자리로 찾아오셨다. 이는 모세의 경우만이 아니다. 아브라함, 기드온, 사울, 다윗 등도 자신의 생활현장에서 하나님을 만났다(참조: 마르다와 마리아를 찾아오신 예수님). 요한복음 21장에도 갈릴리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제자들을 직접 찾아와 만나시는 부활하신 주님 이야기가 기록되었다. 하나님은 성전에서는 물론 평범한 일상생활에서도 만날 수 있는 분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의 생활의 자리는 하나님을 만나는 가장 보편적인 장소이다. 그곳은 하나님께로부터 선물로 받은 은사와 달란트를 발휘할 곳이며, 생계에 필요한 돈을 버는 장소이며, 친구(동료)들과 함께 인생을 영위하는 곳인 동시에,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자리인 것이다.
8) 나는 누구? (who am I?)
영화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노래 가운데 ‘나는 누구인가’ (who am I?)가 있다. 일찍이 디트리히 본회퍼(D. Bonhoeffer)도 ‘나는 누구인가(wer bin Ich)?’라는 유명한 시를 썼다. 여기에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자신의 존재의미와 가치를 묻는 인간의 절실한 고뇌가 들어있다.
이 물음의 조상은 아무래도 모세일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더 나아가 이집트인에게 자유와 해방을 선물하시려는 하나님의 거대한 계획 앞에 부름을 받았다. 이 부름에 대한 그의 첫 번째 반응은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 (출 3:11) 였다. 이 진지한 고뇌와 번민의 과정을 거쳐 그는 하나님의 계획에 흔들리지 않고 참여하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는 출 3:11및 그 뒤에 이어지는 거절의 말들을 겸손, 두려움과 회피, 내면적인 고뇌, 현실의 벽 앞에서 느끼는 무기력감(계란으로 바위치기)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어야 좋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설교자의 몫이다.
정현진 (수도교회 담임목사, 한신대 대학원 외래교수)
정현진 목사 psalm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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