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2일 오전 10시 도쿄 미나토구 한국중앙회관(민단) 별관 3층에 위치한 재일한인역사자료관에 방문했다.ⓒ에큐메니안

도쿄 미나토구 한국중앙회관(민단) 별관 3층에 위치한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지하철 아자부조반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이 자료관에는 1905년부터 시작된 재일조선인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곳에서 대부분 고난의 연속이었고 차별과 배제의 역사를 살아왔지만 그들의 조국에 대한 애정은 상상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전협정 60년 기념 심포지엄과 한신대-조선대 축구시합 등 공식적인 일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귀국에 앞서 재일한인역사자료관에 방문해 자료관 이미애 학예사를 통해 한 시간 남짓 자이니치(재일동포) 100년의 역사를 사료와 함께 접할 수 있었다.

‘재일동포’하면 강제징용에 의해 끌려온 경우를 많이 생각하지만 정작 그들은 전쟁이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갔다. 192,30년대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와 자리를 잡고 가족들을 불러들여 정착을 한 이들은 해방이 되고 한국전쟁이 끝나도 고국으로 가지 않고 일본에서 삶을 이어가게 된다. 해방 직전 재일조선인들은 2백만 명이었다. 당시 전국민 2천만 명 중 10%가 일본에 거주한 것이다. 그리고 해방직후 1년 동안 130만 명의 조선인들이 귀국하고 70여만 명의 조선인들이 일본에 남아 재일동포의 역사를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 자료관 이미애 학예사로 부터 자료에 대한 설명과 재일동포 100년의 역사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에큐메니안

일본에 남은 70만의 조선인들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전쟁 직후 60년대였다고 한다. 식민지 백성이라고 하는 낙인 때문에 일본정부로부터의 차별과 배제는 재일동포들의 생존권마저 빼앗게 된다. 그럼에도 재인동포들은 독립된 국가를 갖고 있는 민족의 자부심으로 출판업과 20개가 넘는 신문을 발간하고 민족학교를 통한 민족의 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 도쿄도 오타구 가이타 조선초등학교. 1953년.

해방 직후 일본에서의 삶을 택한 조선인들은 자식들에게 조국의 말과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역사와 국어 강습소를 만들게 되고 이후 전국 5백여 개의 민족학교가 건설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민족학교 폐쇄령을 내려 탄압했다. 수업 중인 교사와 학생들을 강제로 연행했다. 이에 조선인들은 해당 도지사 사무실로 찾아가 항의를 하고 학생들은 맥아더 사령관에게 구속된 선생님을 석방해달라는 편지를 보내며 민족학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지금도 민족학교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도쿄 조선대 여학생들의 교복은 치마저고리인데 밖에서 입고 다니다 테러를 당한 사례가 있어 학교에 와서 교복을 갈아입는 실정이다.
 

▲ ⓒ에큐메니안

무엇보다 재일동포들이 힘들었던 것은 생존권 문제였다. 패전한 일본 군인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조선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재일동포들은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하게 되는데 밀주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폐품수집, 파친코 사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게 된다. 또 일본인들이 먹지 않았던 소 내장을 얻어 화로에 구워먹으며 끼니를 대신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이후에 대중화 되면서 ‘야끼니꾸’(불고기) 식당이 번창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파친코, 불고기 식당이 정상적인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된 재일동포들의 근간 산업을 이루게 되었다.

재일동포 1세대들은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일본사회에 정착하게 된다. 그래도 그들이 갖는 고향과 조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어느 해외동포들보다도 높았다.

재일동포들의 출신지역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제주이고 그 다음이 경상도인데 1960년대 제주 출신의 재일동포들은 고향으로 감귤 묘목 보내는 운동을 벌이며 지금의 대중화된 제주감귤 일등공신이 되었고 새마을 운동 당시에도 자신들의 고향에 다리를 놓고 도로를 포장하는 기간산업에 많은 자본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88올림픽 당시 재일동포를 제외한 해외동포들이 걷은 성금이 3억 원 이었는데 재일동포들은 500억 원이 넘는 성금을 걷어 체조경기장, 테니스경기장 등을 건설하는 등 엄청난 기여를 했다. 이후 한국에 다녀간 재일동포 부인회에서는 10엔 모으기 운동을 통해 한국의 대부분의 명승지에 화장실을 만드는 일을 돕기도 했다. 이처럼 재일동포들의 업적이 대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차원에서 재일동포들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귀국사업으로 이북으로 가는 친구들과 기념사진. 아이치 조선중고급학교에서. 1960년 9월

재일동포 2세들이 태어나기 시작하면서 재일동포들에 대한 영주권 문제가 발생한다. 1980년대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45%가 재일동포일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일본정부는 재일동포들에게만 지문날인을 하게하고 출국하면 재입국불허를 하는 등 차별이 심각했다.

이런 차별을 거부하면서 재일동포 2세들을 중심으로 지문날인 거부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게 되었고 이후 일본 정부는 점진적으로 지문날인 방식을 완화했다. 애초에는 모든 손가락, 다음에는 검지를 돌려 찍게 했고 그 다음은 검지를 살짝 찍게 하면서 재일동포들과 여론의 반응을 살피며 조금씩 개선을 하다가 2000년도에 지문날인 전면해지가 되면서 지금은 얼굴사진이 인쇄된 특별영주권을 발급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일본사회에서 일본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살아가는 재일동포들에게는 모두 특별영주권이 부여되었다. 이것은 온전히 재일동포들의 생존권투쟁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총련 소속의 무국적자들은 아직까지도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된다. 이들은 식민지 이전의 조선국적을 주장하며 사실상 무국적 상태로 살아가며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며 많은 차별과 패널티를 감수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자료관 2층에 마련된 관동대진재 기획전시실로 이동해 당시 참혹한 학살의 현장을 담은 사진과 관련된 그림과 자료들을 접했다.

▲ 간토대진재 당시 학살하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에큐메니안

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지방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10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고 일본정부는 계엄령까지 공포해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시중에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떠돌아 일본인들은 자경단 조직 조선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자경단들은 외모만으로는 조선인들을 구별할 수 없어서 일본인만 할 수 있는 발음을 시켜 못하면 잡아갔고 조선인들이 알 수 없는 역대 천황이름, 교육칙어를 외우게 해 못하는 사람들을 잡아가 학살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사투리가 심한 일본인들도 조선인으로 오인해 희생되기도 했다고 한다.

요코하마 아름다운 강변에 벚꽃나무길이 펼쳐져 있는데 1923년 그곳은 조선인 학살의 현장이었다. 벚꽃나무 가지에 조선인들을 거꾸로 매달아 죽창으로 찔러 많은 조선인들이 희생됐고 강은 새빨간 강으로 변할 정도였다고 한다.

일본의 유명 시인은 “조선인의 피가 백리를 넘게 흐르고 있다. 인간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가?”라며 한탄의 시를 남기기도 했다.

조선인 학살에는 일본정부도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수용소에 구금된 이들 중 조선인들을 선별해 지역 자경단에게 보내 그곳에서 죽임을 당하게 하는 등 끔찍한 인종청소가 자행되는데 일본정부도 일조를 한 것이다.

▲ 당시 보도내용. 정치인들은 조선인들을 강도로 몰아가고, 이에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만들어 조선인들을 학살했다.ⓒ에큐메니안

이미애 학예사는 이러한 만행의 실체가 90년이 지난 지금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중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자체 조사를 벌여 6천6백6십1명이 희생됐다고 보고한 바도 있고 최근 재일한국대사관 이전 과정에서 발견된 당시 희생자 명부가 소수 발견되었지만 정확히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몇 십 명에 불과하고 일본정부는 60년대나 지금이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정부차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진상규명은 물론 보상도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고 현재 진행되는 관동대진재 진실 규명운동에 힘을 실어 백주년까지는 진실규명과 보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일동포들의 백년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고 그들과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를 모색해 갈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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