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0시 대전교도소를 나온 한상렬 목사가 환영인사를 받고 있다. ⓒ에큐메니안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을 맞아 2010년 6월 12일 중국 선양과 베이징을 거쳐 평양 방문해 8월 20일 판문점에서 체포되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년 형을 받은 한상렬 목사가 만기 출소했다.

20일 0시 한 목사가 수감됐던 대전 유성구 대정동 대전교도소 앞에는 한 목사의 출소를 환영하기 위해 목회자 및 기독인, 활동가 3백여 명이 모여 들었다. 이미 한 목사가 나오기 전부터 기다린 사람들도 보였다.

교도소 정문에서 출소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흰 도포를 입은 한 목사의 모습이 보이자 한 목소리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환영의 마음을 표현했고 교도소 문을 나온 한 목사는 큰 절로 화답했다. 또한 곳곳에서 ‘공안탄압 중단’, ‘양심수 석방’, ‘국가보안법 폐기’ 등의 구호도 터져 나왔다.

▲ "서로 통하여 밝고 아름다운 통일을 만들어 가자."고 환영사에 답하고 있는 한 목사. ⓒ에큐메니안

‘6.15공동선언 이행하자’는 외침으로 시작된 환영식에서는 한 목사의 출소를 환영하는 각 단체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상임대표는 “가짜 장로 이명박이 진짜 목사님을 3년 동안 감옥에 가둬 놓았다.”며 “우리의 손으로, 우리 민족끼리 통일 하자는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고, 때려 죽이는 역사를 이제 청산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이명박의 전철을 밟는다면 민족의 반역자가 될 것.”이라며 6.15와 10.4 공동선언을 이어갈 것과 “여기에 모인 사람들이 한상렬 목사님의 아름다운 뜻을 온 전역에 전하고 조국통일을 우선하며 살 것을 맹세하자”고 독려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이창복 상임대표도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맨몸으로 뛴 한상렬 목사님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한 목사의 통일운동)이 정권에 의해 인정되지 않고 3년 동안 감옥에 가두는 처사야 말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규탄했다. 또한 “3년간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묵상을 하셨을 한 목사님과 함께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해 진군하자.”고 말했다.

▲ 배우자 이강실 목사와 감격의 재회를 나누는 한 목사. ⓒ에큐메니안

NCCK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 조헌정 목사도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예수 시대에도 국가보안법처럼 남쪽에 있는 사람이 북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율법으로 통제했지만 예수님는 그곳으로 가서 가장 힘없는 여성 민중을 만났다.”며 “문익환 목사님의 뒤를 이어 예수님의 뜻을 입증한 한상렬 목사님을 존경한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 있는 모두가 한 목사님처럼 분단의 세월을 넘는다면 통일은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덧붙이며 함께 할 것을 외쳤다.

이 밖에도 진보당 김재연 의원, 통일광장 권낙기 대표, 원불교 이명실 교무,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대표, 해일 스님 등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인들의 환영사도 이어졌다.

▲ 한 목사는 환영을 나온 지인들과 함께 출소의 기쁨을 나눴다. ⓒ에큐메니안

환영사를 전한 동료들을 크게 끌어안으며 출소의 기쁨을 나눈 한 목사는 마지막으로 답사를 전했다. 그는 “2010년 5월 5.18묘역 11일간 단식철야기도에서 70일간의 북녘 순례, 3년 옥중 생활을 통해 확신이 은총으로 임했다.”며 “분열, 절망은 사라지고 오직 희망할 뿐이며 사랑, 자유, 정의, 평화, 자주, 평등 세상을 노래하고 한몸평화 춤추며 행진하는 것은 영광이자 기적, 그리고 신비이다.”고 소회했다.

또한 한 목사는 “우리 겨레 하나 됨이야말로 세계 평화의 열쇠이다. 남녘북녘 통일동네, 공동체 새역사를 이루어 온 생명에 한몸평화가 충만하길 기원하다.”며 3년의 옥중생활을 함께 나누고 함께 활동할 것을 다짐했다.

▲ 박용길 장로에게 받은 문익환 목사의 도포를 입고 묘역을 참배했다. ⓒ에큐메니안

대전교소도 앞에서 환영식을 마친 한상렬 목사는 대전 고백교회로 이동해 가까운 지인들과 인사를 나눴으며, ‘하루순례’ 준비와 잠시 휴식을 가진 후 오전6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출발했다.

모란공원을 방문한 한 목사는 민족민주열사들의 묘역을 참배했다. 그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故 문익환 목사와 3년의 수감생활로 인해 장례에 참여하지 못했던 박용길 장로의 묘였다. 한 목사는 평소 박 장로와 친분이 매우 두터웠으며, 문 목사의 흰 도포를 선물 받을 정도로 박 장로를 믿고 의지하는 관계였다고 한다.

또한 故 이소선 여사와 전태일 열사, 용산 철거민 열사(故 이성수, 윤용헌, 이상림, 양회성, 한 대성), 김근태 의원 등을 참배하기도 했다.

마석에서 민족민주열사를 참배한 한 목사는 이후 대전현충원과 광주 5.18묘역을 참배하고 광주에서 진행되는 환영식에 참석한 뒤, 전주 고백교회로 이동해 마지막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 전태일 열사 묘 앞에서 울고 있는 한 목사, 그는 전태일 열사를 알게 되면서 운동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에큐메니안

▲ 용산 철거민 열사 묘를 참배하고 있는 한 목사. ⓒ에큐메니안

▲ 한 목사는 김근태 의원을 '매우 진실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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